망망대해서 선원 구타…숨지자 바다에 시신 유기한 선장, 중형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출항한 배 위에서 선원을 수개월간 폭행하고 가혹행위를 저지른 뒤 그의 시신까지 바다에 유기한 선장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사진=이데일리DB)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1부(재판장 이지혜)는 살인,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선장 A(45)씨에게 징역 28년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피해 선원에게 상해를 입히고 그의 시신을 함께 유기한 혐의를 받는 조리장 B(48)씨에게는 징역 3년이 선고됐다.

A씨는 지난 3~4월 전남 서해상에서 조업하던 20t급 어선에서 50대 선원 C씨를 도구로 구타하고 선실 밖에서 자게 하거나 밥을 주지 않는 등 상습적으로 가혹행위를 하다 살해한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대로 음식물을 섭취하지 못한 C씨는 지난 4월 가혹행위에 의식 소실 상태에 빠졌지만 A씨는 다른 선원을 시켜 C씨의 옷을 벗기고 청소용 호스로 바닷물을 끼얹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물에 젖은 C씨는 조타실에 옮겨진 지 15분여 만에 저체온 증상을 보이며 숨졌다.

이후 A씨 등은 C씨 시신이 수면에 떠오르지 않도록 시신을 쇠뭉치나 파이프가 담긴 그물에 묶어 바다에 유기했다. C씨의 시신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B씨는 C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신고를 하지 못 하게 했으며 시신 유기를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 이들은 C씨가 일을 못 하거나 보기 싫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A씨 등의 범행은 해경이 승선원 하차 기록 등을 토대로 C씨의 실종 사실을 파악하며 드러나게 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습관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해수를 쏘는 등 가혹행위를 했고 이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해자는 망망대해에서 의지할 곳 하나 없이 무자비한 폭행을 지속적으로 당하면서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이 죄를 숨기고자 시신을 유기해 현재까지 C씨를 발견조차 하지 못한 점, 피해자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