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중처법 시행 3년을 앞두고 현재까지의 법원 판결 현황과 주요 시사점을 살펴 보고 향후 전망을 진단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경총은 “중처법의 엄벌 취지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산업재해 발생 추이를 보면, 산업현장의 중대재해 감소에 영향을 주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중처법 제정 이전에도 사망사고는 더디지만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으며, 법이 시행된 2022년 전후를 비교하더라도 사고사망자 감소 효과는 매우 미미했다”고 밝혔다.
산업현장 사망 사고는 중처법 시행 전 2021년 248명에서 시행 후인 2023년 244명으로 소폭 줄었다.
경총은 모호성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중처법 조문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중대재해의 획기적 감소,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관리 수준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총은 우선 중처법 위반에 대한 범죄 성립요건 입증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경총은 “법원의 실체적 진실(중처법 위반과 중대산업재해 발생과의 인과관계 입증) 규명이 무엇보다 중요함에도 수사기관의 해석과 판단이 여과 없이 인정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해석했다.
특히, 대부분의 판결은 사고원인을 중처법 의무 위반으로 간주했는데, 해당 의무를 경영책임자가 준수했더라면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정도로 상당인과관계를 명확히 증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또한 하청근로자 사망 건에도 지배·관리 권한이 낮은 원청에 과도한 처벌이 선고되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하청근로자 사망사건을 다룬 중처법 판결문(14건)을 보면 모두 하청근로자에 대한 모든 안전·보건조치를 원청이 해야 한다는 식의 판결이 반복되고 있는데, 이는 원청(도급인)과 하청(수급인)의 지위와 역할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은 채 유죄를 선고한 것으로 안전원리에 맞지 않는 판단”이라고 전했다.
법원이 원청대표에게만 무거운 형벌(중처법)을 적용하고, 하청대표에 대해 형벌수준이 더 낮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및 형법(업무상과실치사죄)을 적용하는 것은 형벌의 형평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어 형벌 법규의 엄격 해석 원칙을 벗어난 판결이 다수 존재하며, 인력·재정이 열악한 소규모 기업 사업주에 처벌 집중돼 폐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
무죄선고 사례 중 1건은 공사금액 50억 미만으로 중처법 적용 대상이 아니었으며, 1건은 의무불이행과 사고발생 간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
29건의 판결(유죄선고) 중 법원이 주로 인용한 중처법 위반 조항은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24건, 시행령 제4조 제3호)과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에 대한 업무수행 평가기준 마련(22건, 시행령 제4조 제5호)이 가장 많았고, 1건당 평균 위반 조항 개수는 3.07개였다.
업종별로는 31건 중 전체 사망사고의 절반이 발생하고 있는 건설업 판결이 16건(51.6%)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는 제조업(12건) 기타업종(공동주택관리업 2건, 폐기물처리업 1건) 순이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50인~299인)이 27건(87.1%), 중견기업(300인~999인)이 4건(12.9%)으로 나타났으며, 현재까지 대기업(1000인 이상) 사례에 대한 판결은 없었다.
경총 임우택 안전보건본부장은 “현재까지의 중처법 판결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거의 그대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하여 유의미한 내용을 찾기 어려우며, 법률의 불확성도 해소하지 못하여 사업장 혼란을 지속시키고, 산재 예방에도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법 시행 3년을 앞둔 시점에서 중처법 이행가능성과 예견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부와 국회가 하루 빨리 법령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