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의 '끝'만 본 공무원연금 끝장토론

정다슬 기자I 2014.11.07 19:12:46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새누리당과 공무원집단의 갈등이 더욱 깊어진 모양새다. 대화를 위해 만났던 끝장토론은 불협화음만 내며 시작 30분 만에 파행됐다.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공적연금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는 7일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에서 만나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연내까지 추진하겠다는 새누리당과 공무원연금 개혁을 반대하며 파업을 비롯한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투표까지도 고려하겠다는 공투본이 치열하게 맞붙었던 그 순간을 재구성했다.

◇ 시작부터 신경전…公 “악수는 나갈 때 하겠다”

새누리당과 공투본의 신경전은 회의 전부터 시작됐다. 정치적인 협상 자리에서는 상대방이 먼저 악수를 하고 그 사진을 찍히는 것이 관례이지만, 오성택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이하 공노총) 연금위원회 위원장은 악수를 거부했다. 대화가 좋게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새누리당과 공무원연금투쟁본부 사진=뉴시스
오성택 공노총 연금위원회 위원장(이하 오 위원장) = 죄송하다. 악수는 나갈 때 하겠다. 전에는 그렇게 안 만나주시더니….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이하 주 의장) =그러지 마시고 악수는 (하시죠).

결국 새누리당과 공투본은 악수는 하지 않고 목례만 한 채 회담을 시작했다. 오 위원장의 날카로운 인사말이 이어졌다.

오 위원장 = 이런 자리가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된다. 우리가 먼저 확인해야 할 부분은 (새누리당이)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할 의사가 있는지, 연내처리를 하겠다는 방침과 법안을 철회할 의사가 있는지 여부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이하 김 대표) = 앉으세요. 앉아. 오늘 잘 오셨다. 오늘 면담은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오늘 여러분들이 격하고 분에 찬…

공투본 소속 A씨= (말 끊으며) 죄송한데, (먼저) 답변 부탁한다. 대화 진정성에 관한 문제이다. ‘끝장토론하겠다’고, ‘공무원 희생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지 않느냐.

◇ 公 “법안·연내처리 철회,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金 “적법절차 따를 것”

한동안 옥신각신 말싸움이 이어졌다. 먼저 새누리당의 대답을 받아야 하겠다는 공투본의 강경한 입장에 김 대표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공무원과 대화하는 김무성 사진=뉴시스
김 대표 = 아시다시피 의원 발의로 한 것이다. 국회에서 절차에 따라 사회적 협의기구가 필요하다면 상임위 논의과정에서 논의할 수 있는 문제이다. (연내 법안 처리는) 여야 합의를 해야 하기에 처리날짜를 못 박을 수 없다. 법안 철회 (요구는) 발의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

공투본 소속 B씨= 김 대표께서 사실상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냐. 야당은 ‘사회적 합의체가 필요하고, 연내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 결정권은 대표가 가지고 있는 거다.

김 대표 = 잘못 알고 있는 거다. 우리 당 전원의 이름으로 공동발의했기 때문에 입법 절차에 따라 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어 “법안이 수정될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물론이다. 법안은 여야 합의를 통해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최종안이 새누리당안대로 가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에 일순 접점을 찾을 것처럼 보인 것도 잠시였다.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에 대한 확답이 나오지 않으면서 장내는 다시 냉랭해졌다.

김 대표 = 사회적 합의기구는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처리될 문제이다. 거기서 여야 합의해서 사회적 기구가 필요하다고 하면 만들어지는 거다.

공투본 소속 B씨 =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새누리당이 먼저 밝히면 새정치민주연합과 정부에서도 얘기가 나올거다. 오늘 중요한 건 새누리당 입장을 대표할 김 대표가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의사가 있느냐는 직접적 답변이다.

◇ 公 “공무원 국민의 적으로 돌려…큰 상처” 성토

이윽고 정부·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군사작전하듯 하고 있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터졌다. 한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인 공무원을 국민의 적으로 몰면서 가족들은 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김 대표의 발언 중 ‘몰매를 맞더라도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겠다’는 발언 등을 직접적으로 지적하며 성토했다. 간호사인 한미정 사학연금 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임신도 제대로 못하는 어려운 근무환경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학연금을 받는 사람”이라며 공무원연금 개혁이 후에 사학연금 개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했다.

갈등은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에서 클라이맥스에 달했다. 행정자치부 장관 출신으로 2009년 공무원연금 개혁을 이미 주도한 경험이 있는 박 의원이 장내에 흥분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나섰다. 그러나 그의 말은 얼마 가지도 못하고 “수사적 표현, 미사여구를 들으려고 온 것이 아니냐”는 한 공무원의 발언에 중단됐다.

박명재 새누리당 의원(이하 박 의원) = 제가 대표님께 여러분들 만나라고 말한 사람이다. 여러분을 도와주고 싶어요.

공투본 소속 C씨 = 연금법이 지금 없냐.

박 의원 = 들어보세요. 안행부에서 지금 여러분 의견 반영하기 위해 공청회하고 있는데 잘 안되고 있지 않냐.

공투본 소속 C씨 = (정부가) ‘생쇼’하는 거 가지고 말씀하시지 말라.

◇30분만에 파행…金 “곡해 안타까워…계속 노력할 것”

결국 ‘끝장토론’은 30분만에 파행됐다. 시간상의 제약을 받지 않고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겠다는 새누리당과 “끝을 얘기하기에는 우리는 시작도 못했다”는 공무원들의 갈등의 골은 그만큼 깊었다.

김 대표 = 오늘 일방적으로 말씀하시려고 하고 저희들의 입장을 안 들으시면 이런 장이 얼마나 효과있겠냐 의문이 든다. (중략) 지금 이 자리에서 저에게 ‘협의기구 꼭 만들겠다’는 약속을 강요하시면 답변할 수 없다.

파행된 공무원연금 간담회 사진=뉴시스
김 대표의 “답변할 수 없다”는 말이 떨어지자 마자 공무원들은 자리를 박찼다. 오 위원장은 “사회적 합의기구에 대해 이 자리에서 말씀을 못 해주시면 여기서 우리는 더이상 대화할 수 없는 명분이 없다”라고 말했다. 몇몇 공무원들이 “일어나, 일어나”라고 소리치자 마자 퇴거는 일시에 이뤄졌다. 한 공무원은 “우리가 통보받으러 왔냐. 여기서 새누리당 홍보해줄 일 있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공투본은 대표실 앞 복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준비됐던 기자회견문을 읽어나갔다. 이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 하는 실망감으로 확인됐다”며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철회하고 사회적 합의체에 공투본의 참여를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계속 공무원집단과 면담을 가지며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들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모든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끝장토론’이라는 단어를 쓴 건데 곡해해서 좀 안타깝다”며 “첫 만남부터 다 만족할 수는 없는 거고 계속 저분들과 대화의 창구를 만들어서 만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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