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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행복지수 1위 핀란드, 닭·돼지도 행복한 비결

이소현 기자I 2025.01.24 12:00:00

'동물복지' 모범 핀란드의 건강한 먹거리
동물 건강이 곧 인간 건강…핀란드 '원헬스'
EU보다 엄격한 기준…항생제 사용 최소화
조류인플루엔자 등 가축 감염병 발병 전무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핀란드에선 돼지와 닭도 행복합니다.”

북유럽 핀란드가 세계 행복지수 부동의 1위 국가라서 그럴까. 핀란드에선 동물복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핀란드가 농장에서 키우는 돼지와 닭의 행복까지 신경 쓰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람이 먹기 때문이다.

옌니 낄홀마 주한핀란드대사관 농업·식품 참사관은 지난 23일 서울 성북구 주한핀란드대사관저에서 동물복지를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동물은 우수한 품질의 식품으로 이어진다”며 동물복지가 곧 인간의 건강과 무관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핀란드가 인간·동물·환경 건강이 서로 다르지 않다는 ‘원헬스’(One Health) 관점에서 동물복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옌니 낄홀마 주한핀란드대사관 농업·식품 참사관이 23일 서울 성북구 주한핀란드대사관저에서 핀란드의 동물복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사진=주한핀란드대사관)


핀란드는 동물복지 모범국이다. 1970년대부터 정부·농장·기업이 합심해 동물복지 강화에 힘썼다. 유럽연합(EU)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유지해온 핀란드는 EU 가입 당시 동물복지에 관한 예외 적용을 요청할 정도였다. 연간 정기검사 외에도 농가가 자발적으로 복지 기준을 준수하면 보조금 등 재정적 혜택을 제공하는데 핀란드 농가 66%가 참여 중이다. 돼지 사육 규제는 더욱 강해져 2035년엔 분만 케이지 사용, 외과적 거세 등도 금지할 방침이다.

핀란드에선 동물도 행복한 비결이 뭘까. 우선 먹이부터 남다르다. 수자원이 풍부해 사람이 마시는 물을 돼지와 닭도 먹는다. 사료는 핀란드산 밀·귀리로 제공하고 수입산 대두 사용은 10% 안팎에 그친다. 팀요스 니니오스 핀란드 중앙농업생산자 및 산림소유자 연합(MTK) 수출 디렉터는 “핀란드 농가는 자체 생산한 작물을 활용하는 순환경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핀란드산 사료는 살모넬라균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바로 줘도 되고, 수입산은 박테리아 박멸을 위해 다시 열처리해서 먹인다”고 강조했다.

사육 환경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분뇨를 쉽게 모으기 위해 구멍 뚫린 철창 바닥이 아니라 핀란드 양돈농장은 바닥 3분의 2 이상이 돼지가 발을 디뎌 활동성을 높일 수 있는 안락한 환경이다. 핀란드 육계농장도 좁고 밀집된 이른바 ‘닭장’이 아닌 발을 온전히 디딜 수 있는 바닥에서 방목해서 키운다. 짚을 깔아놔 먼지 목욕 등 자연 행동도 가능하다. 야간엔 6시간 동안 불을 꺼 충분한 휴식을 제공한다.

동물복지 모범 국가인 핀란드의 농가에서 사육 중인 돼지와 병아리(사진=아트리아)


핀란드 동물복지의 상징적인 사례는 ‘돼지꼬리’다. 돼지 특유의 용수철처럼 말린 꼬리는 일반 양돈농장에서 쉽게 찾을 수 없다.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가 쌓인 돼지들이 다른 돼지의 꼬리를 물어뜯기에 어릴 때 잘라버린다. 수의사 출신인 낄홀마 참사관은 “더 넓은 공간에서 소규모로 사육하기 때문에 돼지들이 가지고 태어난 꼬리를 성체가 돼서도 그대로 유지한다”고 강조했다.

또 닭은 2009년부터 항생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핀란드의 바이오시큐리티(생물안전) 조치 강화와 엄격한 규제의 결과로 3세대 세팔로스포린과 같은 특정 항생제 사용량은 2019년 이후 2023년까지 40% 급감했다. 2022년 기준 핀란드의 항생제 사용량(14.9mg/PCU)은 유럽 31개국 가운데 스웨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에 이어 4번째로 적었으며 가장 많은 키프로스와 비교하면 약 17배 낮았다.

행복한 동물은 쉽게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 이는 항생제 사용 감소로 이어진다. 그 결과 핀란드에선 조류인플루엔자(AI),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PRRS),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가축 전염병 발병율이 0%다. 에이야 로티넨 핀란드 외교부 바이오·순환경제 특사는 “식품 공급망의 투명성, 농부들과 당국의 성실한 노력 덕분에 심각한 동물 질병을 예방할 수 있었다”며 “전 세계적으로 위협인 항생제 내성에 대한 싸움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에이야 로티넨(왼쪽) 핀란드 외교부 바이오·순환경제 특사와 팀요스 니니오스 핀란드 중앙농업생산자 및 산림소유자 연합(MTK) 수출 디렉터가 23일 서울 성북구 주한핀란드대사관저에서 핀란드의 동물복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주한핀란드대사관)


건강한 동물은 농장, 기업, 소비자 모두에게 ‘윈윈’이다. 낄홀마 참사관은 “동물 감염병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제품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감염 가능성을 사전에 관리하는 동물복지는 비용이 아닌 안전에 대한 투자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페트리 하파란타 HK푸드 수출 매니저도 “동물복지를 신경 쓰는 게 결국 농가의 수익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행복한 환경에서 생산된 핀란드산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문제없음’을 의미하는 ‘노포(NOPO)’ 브랜드로 수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세뽀 펠리카 아트리아 수출 매니저는 “동물복지는 식품안정성과 지속가능성에 직결되는 주제”라며 “동물복지를 준수해 생산된 고기를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한국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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