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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호출부호 ‘그린’ 사령관이 이끄는 우크라이나 특수작전부대 제8연대는 북한군 생포를 위한 작전을 고안했다. 며칠 동안 그들은 쿠르스크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북한군 8명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이들은 지난 1월 9일 정오 위장복을 입고 출발, 북한군을 기습했고 몸이 성한 북한군들은 싸움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재빨리 퇴각했다. 이는 이미 예상한 바였다.
이에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들은 잔류했을 북한 부상병들을 찾아나섰다. 그들은 부상당한 채 숲속 차가운 땅바닥에 홀로 쓰러져 있는 북한군을 발견했다. 북한 병사는 수류탄을 휘두르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린 사령관은 앞으로 나서서 “이봐, 다 괜찮아” 등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배운 몇 가지 한국어를 사용해 북한 병사를 설득했다.
언제라도 수류탄이 터질 수 있었지만 그린 사령관은 이어 러시아어로 설득을 이어갔고, 손짓으로 북한 병사의 다친 다리를 응급 처치해주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북한 병사는 손짓으로 드론에 의해 부상을 입었음을 밝히면서 투항의 뜻을 전했다.
WSJ는 해당 북한 병사가 지난 12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에 게재한 영상을 통해 심문 과정을 공개한 북한 병사 중 한 명이라고 덧붙였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와 북한은 지난해 말 이후 북한이 러시아에 1만2000명 이상을 파병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자 우크라이나는 북한군의 전쟁 개입을 증명하기 위해 북한군 병력 생포에 힘썼다. 북한군은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돼 지난달 중순 전투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나 전장에서 마주친 북한군들은 우크라이나의 포로가 되기 보다 죽음을 선택했다. 이들은 자폭할 수 있는 수류탄이나 칼을 소지하고 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름을 외친 후 스스로 죽음을 택한 이도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WSJ는 우크라이나군이 입수한 북한군 장교의 문건을 인용해 “다른 전우들이 쓰러지는 것을 본 전투원들은 항복하려는 이들을 무자비하게 사살했다”고 전했다. 그린은 “북한 병사들의 동기부여는 최고 수준”이라면서 “신체 훈련도 높은 수준이며 죽음을 각오한 것 또한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두 북한 병사의 미래는 불분명하다고 WSJ는 짚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에 억류된 우크라이나인들을 돌려주는 대가로 이들을 북한에 돌려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 이들이 우크라이나에 억류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