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하원, 국방수권법 재의결…트럼프 거부권 첫 무효화

방성훈 기자I 2020.12.29 11:47:24

美하원, 찬성 322표, 반대 87표로 국방수권법 재의결
29일 상원서도 재의결시 트럼프 거부권 ''없던 일''로
트럼프 임기중 거부권 첫 무효화…임기말 체면 구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하원이 주한미군을 감축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2021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재의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하기 위한 시도다. 만약 미 상원에서도 국방수권법이 재의결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 처음으로 거부권이 무효화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미 하원은 28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찬성 322명, 반대 87명의 압도적 지지 속에 국방수권법을 재의결했다. 미 국방수권법은 지난 59년 동안 미 의회에서 초당적 지지를 받으며 통과돼 왔다. 미 국가안보와 국방정책 및 국방 예산·지출을 총괄하는 법안으로, 약 7400억달러 규모의 2021회계연도 법안도 앞서 의회를 통과했다. 미 군인에 대한 급여 인상, 독일이나 한국,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군대를 철수하기 전에 더 많은 조사를 요구하는 조항, 군 장비 현대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통신품위법(CDA) 230조’ 폐지를 조건으로 내세우며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미 의회는 통신품위법을 수정하지 않았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수권법에 자신이 요구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은 물론 원치 않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지난 23일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의 많은 조항이 우리 군대를 미국 본토로 데려오려는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반한다”며 “아프가니스탄과 독일, 한국에서 군대를 철수할 대통령의 권한 제한을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방수권법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재의 2만8500명 이하로 줄이는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또 이미 트럼프 행정부가 감축 계획을 발표한 독일과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축소에도 제동을 거는 내용이 들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조항들이 “나쁜 정책이자 위헌”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미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이날 재의결에 나선 것이다. 미국에선 현직 대통령의 특정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무효로 하려면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데, 하원에선 이 기준을 훌쩍 넘겼다. 다음날(29일) 예정된 상원 본회의에서도 재의결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없던 일’이 된다. 만약 내년 1월 3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하지 못하면, 미 의회는 원점에서 국방수권법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기 하루 전인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지 않길 바란다”며 하원에서 재의결이 이뤄지면 상원도 처리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 임기 기간 중 그가 거부한 법안이 하원에서 재의결되며 거부권 행사가 무효화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임기를 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체면을 크게 구긴 셈이 됐다.

또 미 상원에서도 무난한 재의결이 예상되지만 공화당 의원들 입장에선 고민이 적지 않다는 진단이다. CNN방송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과 국가의 국방·안보 정책을 책임져야 하는 입법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