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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낫지 않는 아이 식품알레르기…태반에서 단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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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영 기자I 2026.10.26 12: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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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보건연구원, 아동 1518명 만 7세까지 추적
알레르기 지속된 아이, 출생 당시 태반서 차이
천식 진단 비율도 높아…조기 예측·관리 실마리

[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심하면 생명까지 위협하는 소아 식품알레르기가 오래 지속되는 이유를 설명할 단서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출생 당시 태반에서 유전자 활동을 조절하는 특성과 식품알레르기 지속 간 관련성을 확인했다. 앞으로 알레르기가 오래갈 아이를 일찍 파악해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지 주목된다.

(자료=질병관리청)
(자료=질병관리청)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아동 1518명을 만 7세까지 추적한 결과, 식품알레르기가 지속되는 경과가 출생 당시 태반의 유전자 조절 특성 및 성장 과정의 면역 반응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26일 밝혔다.

식품알레르기는 몸의 면역체계가 특정 음식 성분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질환이다. 유병률은 유럽 4.8%, 미국 3.2%, 아시아 4.2%로 보고되며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피부에 두드러기가 나거나 구토·설사 등이 생길 수 있다. 심하면 호흡이 어려워지고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아나필락시스’로 이어져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단순히 음식을 먹고 피부가 가려운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영유아기에 시작된 식품알레르기는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좋아지기도 하지만 일부는 학령기까지 이어진다. 이후 알레르기비염이나 천식, 폐기능 저하 위험과도 관련이 있어 증상이 오래갈 아이를 일찍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립보건연구원이 지원한 호흡기·알레르기질환 출생 코호트 연구팀은 아동 1518명을 증상의 발생·호전 시기에 따라 네 유형으로 나눴다. 식품알레르기가 없었던 아이는 1364명, 영유아기에 발생했다가 일찍 좋아진 아이는 76명, 만 7세까지 지속된 아이는 63명, 비교적 늦게 좋아진 아이는 15명이었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59명의 출생 당시 태반도 분석했다. 그 결과 식품알레르기가 오래 지속된 아이들은 알레르기가 없거나 일찍 좋아진 아이들보다 일부 유전자의 활동을 조절하는 ‘DNA 메틸화’ 수준이 높았다.

DNA 메틸화는 유전자 자체의 내용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유전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작동할지를 조절하는 변화다. 설계도는 그대로 두고 작동 강도를 조절하는 장치에 비유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RPS6KA2’와 ‘GCSAML’이라는 두 유전자에서 차이가 확인됐다.

성장 과정의 혈액검사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식품알레르기가 지속된 아이들은 알레르기가 없었던 아이들보다 만 3세와 7세에 알레르기 염증과 관련된 면역 반응 물질이 높게 나타났다.

다른 알레르기질환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식품알레르기가 만 7세까지 지속된 아이들의 천식 진단 비율은 15%로, 식품알레르기가 없었던 아이들인 2.3%보다 높았다. 다만 이 수치만으로 식품알레르기가 천식을 직접 일으켰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결과는 식품알레르기가 오래가는 이유를 증상이 나타난 이후의 변화뿐 아니라 출생 전부터 존재하는 생물학적 차이에서도 찾아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후속 연구로 검증된다면 알레르기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큰 아이를 일찍 찾아 더 면밀하게 관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태반의 변화가 식품알레르기의 원인이라는 점을 증명한 연구는 아니다. 태반 분석 대상도 59명으로 제한돼 있어 이번 결과만으로 출생 당시 검사를 통해 알레르기의 경과를 예측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연구책임자인 홍수종 국립중앙의료원 교수는 “식품알레르기는 모든 아이에서 같은 경과를 보이는 질환이 아니다”라며 “이번 연구는 특히 어린 시기에 시작해 지속되는 식품알레르기가 향후 소아 천식 위험을 높인다는 점과, 그 기전으로 태반의 후성유전학적 특성과 이후의 면역조절 이상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알레르기(Allergy)’에 지난 9월 온라인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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