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법원 폭동 막아라…경찰, `보호복·차벽` 경계 최대치

박순엽 기자I 2025.01.21 15:39:23

尹 헌재 출석에 헌재 앞 거리 일반인 접근 막아
차량 통제 완전히 막히고 경찰관 골목마다 차단
“서부지법 대응 못 했다” 여야 지적에 강력 대응
尹 대통령 지지자 안국역 5번 출구서 집회 열어

[이데일리 송주오 박순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 심판 변론에 직접 출석하면서 헌재 앞 보안이 역대급으로 강화됐다. 일반 지지자들은 아예 접근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난 19일 벌어진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력 사태에서 경찰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경계 수준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재에 접근하지 못한 채 인근에서 집회를 열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헌재 앞 거리가 경찰의 보안 강화에 비어 있다. (사진=박순엽 기자)
21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헌재 앞 거리는 이날 오후 들어 도보 접근은 물론, 차량 통행도 사실상 막혔다. 헌재 앞은 오전만 해도 대통령 탄핵 찬성·반대를 주장하는 단체들이 모여들면서 소란이 일었으나 윤 대통령의 헌재 출석 시간이 가까워지자 경찰이 경찰 버스와 질서 유지선, 경력 등을 동원해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았다.

이날 경찰은 다수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헌재 정문 앞 주변 인도에 질서 유지선을 설치하고, 헌재 앞 왕복 4개 차선 중 2개 차선을 경찰 버스를 이용해 막았다. 또 윤 대통령 출석 이후엔 헌재 앞 거리를 완전히 통제하면서 차량이 통행할 수 없도록 했다. 안국역 사거리엔 헌재 방면 시야를 가리기 위해 높이 4미터(m)가량의 폴리스라인도 설치됐다.

이와 함께 헌재 앞으로 이어지는 거리도 완전히 차단됐다. 대로뿐만 아니라 골목마다 경찰 다수가 길을 막고 일반인들이 헌재 앞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조처했다. 또 인근 지하철 안국역에서도 헌재로 이어지는 2번 출구가 아닌 다른 출구로 이동하라고 유도하는 경찰들의 모습도 보였다.

경찰은 헌재 주변에 64개 부대, 4000여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거리 곳곳엔 이른바 경찰의 ‘완진복’(신체 보호복), 보호복을 배치해 즉시 착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 기동대는 캡사이신 분사기 등 물리력 행사를 위한 준비도 마친 상태다. 물리력 사용기준에 맞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버스도 100여대 이상 인근 거리에 배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경찰의 강력 대응은 앞서 발생한 서부지법 폭력 사태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경찰은 지난 20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서부지법 폭력 사태 당시 적절한 대응에 나서지 못한 것 아니냐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을 받았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최선을 다해 대응했다면서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21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헌재 앞 거리에 배치된 경찰의 보호복 (사진=박순엽 기자)
이날 헌재 앞에 모인 윤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선 “경찰이 무슨 권한으로 길을 막느냐”, “다른 집회에선 이렇게 하지 않더니 왜 우리 집회에만 엄격하게 대하느냐”며 현장에 나온 경찰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일부 지지자들은 질서 유지선을 뚫고 헌재 앞으로 진입하려다가 경찰의 저지에 막혀 되돌아가기도 했다.

이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재와는 다소 떨어진 안국역 5번 출구 앞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윤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했다. 오후 2시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안국역 5번 출구엔 윤 대통령 지지자 25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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