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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수도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열린 취임식 연설에서 “미국은 모든 국가의 부러움의 대상이 될 것이며,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선언할 때 극우·보수 지도자들도 한 자리에 있었다.
평소 트럼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춰 왔던 정상들로 대면 외교를 펼치며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힘을 쏟는데 분주했다. 특히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라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유럽연합(EU) 정상으로서 유일하게 참석한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뒤편 특별석에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공식 초청을 받은 산티아고 페냐 파리과이 대통령은 취임식 내부엔 입장하지 못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파라과이 정부는 취임식이 실내로 이동하면서 명확한 입장 절차가 제공되지 않은 탓이라고 밝혔다.
4년 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취임식엔 중국 정부의 공식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지만, ‘대중 강경책’을 예고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엔 한정 국가부주석이 ‘시진핑 특사’로 참석한 다른 정상들 옆에 자리한 것도 눈에 띄었다.
자국 내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이들도 있었다. 내달 9일 대선을 앞두고 유세 도중 미국으로 날아간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도 취임식장에 있었다. 트럼프 측과 접촉면을 늘리는 방식으로 자국 내 보수파 표심 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에콰도르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퇴임을 거부하고 재선거 시행을 요구한 살로메 주라비슈빌리 조지아 전 대통령도 워싱턴에 머물며 소셜미디어(SNS)에 “조지아 국민과 함께 미국의 위대한 친구들을 대표할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다”고 밝혔다. 영국의 브렉시트를 주도한 나이젤 패라지 영국 개혁당 대표는 취임식 참석 뒤 자신의 SNS에 트럼프 지지자들과 함께한 사진을 올리며 “우리는 다시 돌아왔다”고 지지층 결집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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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미 대통령 취임식엔 대사급 참석이 관례였지만, 이번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엔 격을 높여 장관급이 참석했다. 인도의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무장관, 일본의 이와야 다케시 외무장관, 호주의 페니 웡 외무장관은 취임식 전면부에 자리했다. 이들은 쿼드 4국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해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이 공식화되자 미국과의 우호 관계를 위해 각국 지도자들은 일제히 환영 메시지를 냈다.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에 동맹, 협력, 평화 등을 강조하며 후폭풍 최소화를 기대하는 모습이었다.
러시아와 전쟁에서 미국의 지원 축소를 우려하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상호 이익이 되는 협력을 기대한다. 우리는 함께할 때 더 강해진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한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더 많은 일자리와 번영을 창출하기 위해 다시 협력할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으로부터 방위비 증액을 압박받는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과 함께 우리는 방위비 지출 및 생산을 가속할 것”이라며 함께 평화를 이루자고 강조했다.
폴리티코는 “이번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글로벌 지도자들의 높은 관심과 직접적인 참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가 국제사회에 미칠 파급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