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尹 퇴진' 행사 후원한 민주화사업회 국고사업 재검토...임원 해임

이연호 기자I 2023.09.05 17:21:53

행안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감사 결과' 발표
14개 단체에 50회 걸쳐 보조금 중복 지원, 결격 민간 단체에 행사비 지원
'노란봉투법 제정'·'여가부 폐지 저지' 운동 공적으로 민주주의대상 선정·시상
"대립되는 사안, 한쪽 입장서 시상하면 안 돼"..."정부 ...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정부가 지난 6월 정권 퇴진 문구가 포함된 광고를 한 단체 행사에 후원 단체로 이름을 올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국고 보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구조조정하기로 했다. 또 경영 책임이 있는 상임이사 등을 해임하는 것은 물론 보조금 등을 부실하게 집행한 담당자들에게도 징계를 내리기로 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5일 오후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실에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은 5일 서울 도렴동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행안부는 올해 제36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의 주최자에서 빠졌다. 이 기념식은 행안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주관으로 열리는데, 행안부가 6·10 민주항쟁 기념식 불참을 선언한 것은 ‘윤석열 정권 퇴진’을 구호로 내건 행사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후원 단체로 이름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행안부가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 불참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으로, 행안부는 불참과 함께 7월 3일부터 14일까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대한 특별감사에 돌입했다.

우선 이날 행안부는 “감사 결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는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의 실현과 민주화운동 정신 계승에 기여하는 역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민간 단체와의 협력 사업에 있어서 행사 주최 단체 선정 및 관리를 소홀히 해 6·10항쟁 기념식 등 국가적 행사에서 기념식 취지가 왜곡되고 치우치는 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직접 발행하는 민주주의 연구보고서, 각종 자료집 등은 공공기관의 발행물로 균형 있는 시각에서 서술해야 함에도 과격하고 편중된 내용을 수록하는 등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사업 취지와 목적을 벗어났다”며 “또 사회적으로 논란이 있는 일명 ‘노란봉투법’ 제정 운동,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운동 등을 공적으로 2022년 한국민주주의대상 수상자를 선정·시상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사업회가 민간 단체에 지원한 예산 집행 실태를 행안부가 감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업회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14개 단체에 50차례에 걸쳐 2억6000만 원을 중복해 부당 지원했다. 이 단체들은 6.10 항쟁 기념 사업 등 동일·유사 사업에 대해 지자체로부터 24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 받았다. 아울러 사업회는 결격 민간 단체에 행사비를 지원하기도 하고, 일부 단체는 증빙 서류를 조작해 지원금을 수령하는 등 회계 부정 행위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전혀 걸러내지 못했다.

이에 행안부는 사업회의 국고 보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구조조정하고, 경영 책임이 있는 상임이사 등 임원 2명을 해임하도록 사업회에 요구했다. 또 보조금을 부실하게 관리해 예산을 낭비하고 승인 범위를 벗어나 조직·인력을 부당하게 운영한 담당자에 대해서는 문책(징계 6명)하고 지원금 환수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이날 브리핑에서 심재곤 행안부 감사관은 “‘노란봉투법’이나 ‘여가부 폐지’ 같은 사안들은 정치권에서 첨예하게 대립 중인 사안인데 한쪽 입장에서 시상하게 되면 그 반대 가치를 추구한다는 식으로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현실 정치에서 이렇게 대립되는 사안에 대해 한쪽 입장에서 결론을 내리는 것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로서는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의 입장과 다른 입장에 대해 시상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엔 “그렇진 않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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