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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케시 카푸어 RB그룹 회장은 21일(현지시간) 영국 슬라우에 있는 본사를 방문한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우원식 의원)와 피해자 가족 7명을 만나 공식사과 입장을 발표했다고 옥시 측이 22일 전했다. 본사의 공식사과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발생한 이래 처음이다.
카푸어 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제품으로 한국 소비자들께 건강상의 고통과 사망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러한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옥시 전 제품에 대한 적절한 안전성 검사 및 조치를 지원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카푸어 회장은 사과문을 읽은 뒤 국회 특위 위원들과 피해자 가족들을 차례로 따로 만나 의견을 청취했다.
다만 카푸어 회장은 “옥시레킷벤키저가 가습기 살균제 문제를 사전에 막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한다”면서도 본사의 책임 영역에는 선을 그었다. 피해자 배상원칙과 수준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대해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옥시 본사가)책임을 전반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피해대책과 배상원칙 등 실질적 방침에서는 사실상 변화한 점이 없었기에 ‘엎드려 절 받기’식 사과나 다름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최 소장은 “다만 본사가 공식사과문으로 책임을 인정한 부분이 있는 만큼 한국 검찰에 소환 요구에 응하지 않는 본사 경영진들에 대한 강력한 수사를 촉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모임 대표는 “이날 사과는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며 “앞으로 (본사는)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며 납득할 수 있는 피해대책을 공개방식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옥시레킷벤키저는 지난달 1일부터 한국 정부로부터 1·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배상 신청을 받고 있다.
성인 피해자가 사망하면 위자료 최대 3억5000만원과 함께 과거·미래 치료비와 일실수입(피해가 없었을 경우 벌 수 있는 추정 수입) 등을 배상한다. 영유아나 어린이가 사망하거나 중증 피해를 입은 경우 위자료 5억5000만원 등 총 10억원을 일괄 배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