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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잡는다"…警, '지문 재검색' 장기미제 해결 나서

김성훈 기자I 2017.09.05 12:01:00

경찰 6개월간 현장 지문 재검색 분석 작업 펼쳐
공소시효 남은 482건 용의자 신원 확인…154건 검거
지문 채취 전 미성년이 전체 91% 차지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전경.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 2012년 12월 14일 밤 서울 구로구 소재 한 호프집. 건설현장 타일공 보조로 일하던 장모(52)씨가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영업시간이 끝나도 장씨가 일어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호프집 주인 A(당시 50세·여)씨는 오전 2시 30분쯤 종업원을 먼저 퇴근시켰다.

종업원이 가게 문을 나서자 갑자기 돌변한 장씨는 A씨에게 수차례 둔기를 휘둘러 살해했다. 범행 직후 장씨는 가게 2층 다락방에 올라가 A씨의 지갑과 A씨 딸의 신용카드 등을 훔쳐 달아났다.

사건 당시 수사에 나선 서울 남부경찰서(현 금천경찰서)는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토대로 몽타주를 만들어 공개수배에 나섰지만 현장 주변에 마땅한 폐쇄회로(CC)TV가 없어 애를 먹었다. 깨진 맥주병에서 장씨 오른손 엄지손가락 ‘쪽지문’(조각 지문)을 한 점 발견했지만 당시 이를 복원해 낼 기술이 부족해 5년 가까이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2015년 8월 모든 살인 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태완이법’ 시행 이후 지난해 1월 재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당시 발견한 쪽지문과 유사한 지문 1200여개를 비교 분석한 끝에 장씨를 용의자로 지목하고 올해 7월 26일 검거했다. 자칫 미제로 남을 뻔 한 사건이 지문 분석 기술의 발달로 해결된 셈이다.

경찰이 장기간 범인을 잡지 못해 미제로 남겨둔 사건 해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문 채취·감정으로 범인을 특정하는 시스템이 발전한 데다 영상 분석과 프로파일링 등 과학수사기법도 전보다 정교해지면서 장기 미제로 남겨진 사건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미제 강력사건 994건 채취 지문 재검색 결과(자료=경찰청)
경찰청은 올 3월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미제 강력사건(살인·강도·절도·성폭력) 총 994건의 채취 지문을 재검색하고 공소시효가 남은 482건에 대한 신원 확인 결과 154건의 용의자를 검거하고 186건을 수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자체 개발한 지문검색시스템(AFIS)으로 재차 신원 확인을 벌인 결과 주민등록 발급 대상이 아닌 미성년자가 범행을 저질러 그간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경찰이 현장 지문 재검색을 통해 검거한 용의자 177명의 사건 발생 당시 나이를 분석한 결과 미성년자가 161명으로 전체 91%를 차지했다. 이밖에 일반 성인이 15명, 외국인이 1명이다.

범행 유형별로는 침입 절도가 85건(55%)으로 가장 많았고 △빈차 털이 34건(22.1%) △차량(이륜차) 절도 23건(14.9%) △강도 및 강간 7건(4.5%)이 뒤를 이었다. 범죄 경력별로는 용의자의 83.6%(148건)가 재범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해결되지 않은 사건에 대한 현장 지문 재검색을 시행한 결과 미제 사건 4285건 중 604건을 해결했다”며 “앞으로도 DNA·영상 분석과 프로파일링 등 첨단 과학수사기법을 총동원해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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