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무색..LS전선·대한전선, 수주 실적 훨훨

김영수 기자I 2020.07.23 13:23:27

대한전선, 유럽 등 잇단 해외 수주에 9년만에 최대 영업이익 달성
내달 실적 발표 LS전선, 초고압·해저 케이블 등 힘입어 실적 견고
'그린뉴딜' 신재생에너지 수요 증가에 시설투자..추가 수익성 확보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에도 LS전선, 대한전선 등 국내 전선업계의 수주 실적이 돋보인다. 기술력이 뛰어난 해저 케이블과 초고압(HV) 케이블을 앞세워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는 등 해외시장 다변화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그린뉴딜 정책에 따른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의 수요 증가가 예측되는 만큼 국내 시설투자를 통한 새 수익성 확보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선업계 1위·2위인 LS(006260)전선과 대한전선(001440)의 올 상반기 실적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대한전선은 9년 만에 가장 높은 영업이익(분기 기준)을 달성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291억원으로 지난해 연간(259억원) 달성치를 앞지른 상태다.

▲대한전선 당진공장 전경.(사진=대한전선)
이같은 실적호조는 대한전선이 보유한 업계 최고 수준의 초고압케이블 제작 능력을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전선은 220kV(킬로볼트)급부터 최대 500kV 케이블까지 제작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으며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500kV 초고압케이블은 지중 케이블 중 가장 높은 전압으로, 국내에선 LS전선과 함께 글로벌 전선업계 1, 2위의 프리즈미안(1879년 설립, 이탈리아)과 넥상스(1897년 설립, 프랑스) 등이 생산하고 있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유럽 시장에 대한 영업망을 확대하기 위해 지사 및 법인을 적극 활용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고객사의 요구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통해 프로젝트의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라며 “지난해 수주 실적 대비 두 배 이상의 성장을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전선은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작년 9월 네덜란드 영업법인을 설립하면서 네덜란드뿐 아니라 인접 국가들에서 잇단 수주에 성공했다. 네덜란드, 싱가포르, 카타르 등에서 대한전선이 올 들어 수주한 초고압케이블 공급 프로젝트 규모는 800억원을 웃돌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국영 송전 회사인 에너지넷과 8년 동안 HV(고압) 케이블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기도 했다. 에너지넷에서 사용하는 케이블의 25%에 달하는 규모다. 영국과 독일에서도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으며 지난 해에는 러시아에서 배전급 해저 케이블 사업도 수주했다. 이외에도 연내에 쿠웨이트 최초의 광케이블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쿠웨이트를 시작으로 중동 GCC 국가까지 시장을 확대함으로써 광케이블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올 3월 대한전선의 초고압케이블이 평택항에서 네덜란드로의 첫 수출길에 오르고 있다.(사진=대한전선)
앞으로의 전망도 밝다. 대한전선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전력케이블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영역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차세대를 선도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XLPE(가교폴리에틸렌) 절연의 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과 HV급 PP케이블(폴리프로필렌) 케이블의 개발 및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PP케이블은 인체에 무해하고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 소재로 각광받고 있어 앞으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2018년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 본 사업의 내부망 프로젝트를 일괄 수주, 납품함으로써 해상풍력과 관련한 기술력과 프로젝트 수행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많은 해외 시장과 그린뉴딜 정책으로 폭발적인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국내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수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대한전선이 지난 2018년 서남해 해상풍력 본사업 내부망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대한전선)
다음 달 실적발표를 앞둔 LS전선도 올 상반기 초고압, 해저 케이블 매출과 EV 코리아의 전기차 배터리 부품 사업의 호조 등에 힘입어 전년 같은기간 대비 소폭 웃도는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앞서 LS전선의 올 1분기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60% 이상 증가한 1조1556억원을 기록했다.

LS전선의 실적 증가세는 ‘케이블의 꽃’으로 불리는 해저 케이블 분야에서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LS전선은 2007년 국내에선 최초로 해저 케이블을 개발한 이후 강원도 동해 사업장에서 10년째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해저 케이블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2개의 지점 간 전력과 통신 공급을 위해 설치되는 제품으로 바다 속이란 특수환경을 견디기 위해 100km 이상을 이음새 없이 만들어야 하는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LS전선이 2017년 미국 첫 해상풍력단지(로드아일랜드주 앞바다)에 해저 케이블을 포설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첨단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LS전선은 올 3월 바레인에서 1000억원 이상 규모의 해저케이블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네덜란드에서도 1342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네덜란드 계약 건은 LS전선이 유럽에 진출한 후 최대 규모의 계약으로 케이블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 확대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회사 측은 유럽 해저 케이블 시장이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에 힘입어 앞으로 5년간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작년 대만에서 수주한 총 5000억원 규모의 해저 케이블을 사업을 진행 중이며 브라질, 싱가포르 등에서도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에선 총 1000억원 규모의 초고압 및 저압(LV) 전력 케이블 공급권을 따내면서 지난 2017년 중국 업체에 내 줬던 저압 케이블 시장도 3년 만에 다시 진입하기도 했다. 품질은 물론 가격 경쟁력에서도 뒤지지 않음을 증명한 것이다.

▲대만으로 출하되는 LS전선의 해저 케이블이 지난 달 강원도 동해항에서 선적되고 있다. (사진=LS전선)
LS전선은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에 따른 신재생 에너지 시장이 급성장하고 대규모 수주가 잇따르자 국내 투자도 확대하고 나섰다. 지난 4월 강원도 동해시에 약 500억원을 투자해 해저 케이블 2공장을 준공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확보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LS전선은 향후 국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초전도 케이블과 고압직류송전(HVDC) 케이블, 초고압 해저 케이블뿐 아니라 최근 한전과 시범사업을 마친 친환경 PP케이블 등 차세대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 확대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명노현 LS전선 대표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국내 시장의 한정된 수요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다져 왔다”며 “최근의 성과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그간의 노력들이 가져온 값진 성과”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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