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대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협의회 핵심 의사결정기구인 집행위원회에서 빠지고 한앤컴퍼니가 협의회를 완전히 탈퇴한 점도 대표성 측면의 과제로 꼽힌다. 홈플러스 사태 이후 PEF업계를 겨냥한 규제 강화 움직임에 대응하고 자율규제 기능을 구축한다는 협회 출범 취지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비용과 권한을 어떻게 나눌지를 두고는 온도 차가 여전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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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협회 출범 목표 유지하지만…“늦어도 연말”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PEF운용사협의회는 오는 10월 정식 협회 출범을 목표로 회원사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가능한 한 기존 목표인 10월에 출범하되, 일정이 늦어질 경우 연말까지 전환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초 다음 달 즈음에는 임시총회를 열어 협회 전환을 결의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으나, 회원사들을 설득하고 구체적인 조직 운영안을 마련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협의회는 현재 주요 회원사 대표들을 직접 만나 협회 전환의 필요성과 기대효과, 회비 증액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PEF운용사협의회 관계자는 “협회 전환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회원사들의 참여가 중요하다”며 “협회가 되면 어떤 점이 좋아지는지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과정이 예상보다 다소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능하면 당초 목표대로 10월에 출범하고, 늦어지더라도 연말까지는 협회 전환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아직 10월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필요한 준비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의회는 법인격과 상설 사무국이 없는 비법인사단 형태로 운영돼왔다. 협회 전환이 이뤄지면 민법상 사단법인으로 상설 사무국과 전담 인력을 갖추고 회원사 의견을 취합해 국회와 금융당국에 전달하는 공식 창구 역할을 하게 된다. 다만 사단법인 설립에는 주무관청인 금융위원회의 허가가 필요한 만큼 회원사 의결과 조직 구성, 수입·지출 예산서 마련 등의 절차를 먼저 거쳐야 한다.
비용-대표성 두고 '한목소리' 쉽지 않네
회원사 사이에서 이견이 나오는 분야 중 하나는 비용이다. 협회로 전환하면 사무실 임대료와 상근 인력의 인건비, 정책·법률 자문비 등으로 연간 10억원 안팎의 운영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별도 전담 조직 없이 운영해온 기존 협의회와는 비용 구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협의회는 최근 회원사에 AUM 규모별 차등 연회비 기준을 안내했다. AUM이 3조원을 초과하는 운용사는 연 5000만원을 부담하고, 2조원 이상 3조원 이하는 3500만원, 1조원 이상 2조원 이하는 2500만원을 내는 식이다. AUM 5000억원 이상 1조원 이하는 1000만원, 1000억원 초과 5000억원 이하는 500만원, 1000억원 이하는 100만원으로 정했다. 대형사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중소형사의 진입장벽은 낮추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AUM 1조원 이상 중대형 운용사가 연간 1000만원을 납부하고 중소형사는 그 반액 수준을 납부하는 정도였다. 대형 운용사 기준 회비가 최대 다섯 배로 높아지면서 협회 운영의 실익과 비용 부담을 놓고 일부 회원사에서 신중론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AUM에 따른 차등 회비 원칙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구간별 부담 수준과 대형사의 추가 출연 여부, 회비에 상응하는 의결권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두고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평가다. 대형사는 비용 부담에 걸맞은 영향력을 요구할 수 있지만, 중소형사는 협회가 일부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협의회는 최근 AUM에 따라 회원사의 의결권을 차등 부여하는 방향으로 정관을 손질했다. 재정 기여도와 의결권을 연계해 대형사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조치지만, 업계 전체의 대표성을 확보하려면 운용사 규모에 따른 목소리의 격차를 조정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았다.
MBK는 집행위 이탈, 한앤코는 탈퇴
주요 대형 운용사의 참여가 약화한 점도 협회 전환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협의회 일반 회원사 자격만 유지하고 집행위원사에서는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집행위원회는 주요 운용사 대표들이 매월 회의를 열어 협의회 운영과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핵심 의사결정기구다. MBK가 집행위원사에서 탈퇴하면서 생긴 자리는 지난해 10월 중견 운용사인 KLN파트너스가 승계했다. MBK는 현재 정기 집행위원회에는 참석하지 않고 총회나 별도 현안이 있을 때 협의회와 소통하고 있다.
또 MBK파트너스와 업계 1,2위를 다투는 한앤컴퍼니는 올해 협의회에서 완전히 탈퇴했다. 협회 전환을 앞두고 업계의 대표성을 넓혀야 하는 시점에 주요 대형사가 핵심 의사결정에서 이탈하거나 회원 자격을 반납한 셈이다.
회원사 수 자체는 증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메티스톤에쿼티파트너스와 디제이앤리투자파트너스 등을 포함해 총 9개 운용사가 새로 합류했다. 한앤컴퍼니와 소형 운용사 한 곳 등 2개사가 빠진 점을 고려하면 연초 이후 회원사 순증은 7개사다.
외연은 확대되고 있지만 대형사부터 신생·중소형사까지 회원 구성이 넓은 폭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하나의 운영 원칙을 만드는 작업의 난도가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관 역량 강화가 절실한 대형사와 협회 참여 비용에 민감한 중소형사 사이에서 공동의 이해관계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관료냐 업계 원로냐…초대 회장 인선도 변수
초대 협회장 인선도 풀어야 할 과제다. 기존 순번제에 따르면 차기 회장사는 스톤브릿지캐피탈로 현승윤 대표가 회장을 맡을 차례다. 그러나 협의회는 정식 협회 출범을 계기로 기존 순번제와 별개로 업계에서 두루 인정받는 원로급 인사를 초대 회장으로 추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회와 금융당국을 상대로 정책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고위 관료 출신을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반면 현 집행부는 PEF산업과 운용 현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전·현직 운용사 대표 출신이 적합하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PEF협의회 측은 “현직과 퇴직자를 모두 포함해 PEF업계에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원로급 인사를 모시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관 출신을 영입하자는 논의도 있지만 현재 집행부는 업계에 계셨던 분을 선임하는 방향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구체적인 후보군은 압축되지 않았다. 후보자의 상근 여부와 보수, 권한, 사무국과의 역할 분담까지 함께 결정해야 하는 만큼 회장 인선이 전체 협회 출범 일정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국민 눈높이 못 맞춘 부분”…자율규제 실효성 시험대
협의회가 내세우는 협회 전환의 핵심 명분은 자율규제다. 홈플러스 사태 등을 계기로 PEF 운용사의 책임경영과 정보공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국회와 금융당국의 규제 논의도 이어지면서, 업계 스스로 내부통제와 책임투자 원칙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이다. 최근 일부 PEF의 운용 행태가 국민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문제의식 아래, 협회 전환을 통해 자율규제 기능을 강화하고 업계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자율규제 논의의 직접적인 계기가 된 MBK가 집행위원회에서 빠지고 한앤컴퍼니도 협의회를 탈퇴한 상황에서 협회가 업계 전체에 실효성 있는 규율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회원 가입과 규정 준수를 강제할 법적 권한이 제한적인 사단법인 구조인 만큼 대형 운용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대표성과 규율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PEF 대표는 “협회 전환의 필요성에는 대부분 공감하지만 대형사와 중소형사가 기대하는 역할과 부담할 수 있는 비용이 다르다”며 “단순히 간판을 협회로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업계 전체가 따를 수 있는 자율규제 기준과 의사결정 구조를 만드는 것이 출범 시점보다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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