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태양광·배터리·연료전지 등 비교적 빠르게 구축할 수 있는 전원을 활용하고, 원전 계속운전과 수요지 인근 발전소 확충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송전망 확충과 에너지저장장치(ESS) 보상체계 개선이 필요하다. 중복 신청으로 부풀려진 전력 수요를 걸러내는 관리 체계도 과제로 꼽혔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3일 ‘AI 시대 에너지 대전환의 3가지 시험대’ 행사를 열고 AI 산업 성장에 필요한 전력 확보와 에너지 전환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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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수도권에서 1GW급 AI 데이터센터가 한국전력에 전력 공급을 신청하면 실제 공급까지 7~8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망 접속이 어려워지면서 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전력 여력이 있는 지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승완 한국에너지공과대 교수는 “전력이 부족해 허가가 안 나는 게 아니라 계통(전력망)이 부족해 허가가 안 나는 것”이라며 발전량과 전력망 접속 여력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의 전력망 여력이 부족한 반면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 호남 등에서 데이터센터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방 이전만으로 장기적인 전력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자체 계산을 토대로 호남에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등이 들어서면 2030년부터 전력 수급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력 수요가 늘어도 발전소와 송전망을 필요한 시점까지 확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도권은 전력 수급 구조상 부담이 더 크다. 박 교수에 따르면 수도권은 전국 전력 소비의 약 40%를 차지하지만 자체 공급은 지역 수요의 약 60% 수준이다.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야 하는 만큼 발전 설비 확충과 함께 송전망 보강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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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력난의 주된 원인은 발전량 부족보다 수도권 전력망의 접속 여력 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다만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건설이 지방으로 확산하면 2030년 이후에는 비수도권에서도 전력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승완 한국에너지공과대 교수는 호남에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경우 자체 계산상 2030년부터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전은 이미 빠른 속도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고, 가스터빈도 설비 납기를 맞추기 어려울 수 있어 단기간에 추가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태양광과 배터리, 연료전지를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확보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았다. 그는 장기적으로도 건설 기간과 설비 납기를 고려해 실제 필요한 시점에 공급할 수 있는 전원을 개발해야 한다며, 2035~2036년 이후에는 소형모듈원자로(SMR)도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2030년 이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의 계속운전 심사를 신속히 진행하고,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인근에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등을 조기에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요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중장기적으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조정하면서 전력 공급 안정성과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유종선 전 DGIST 교수는 2030년 원전 발전 비중을 30~4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재생에너지 기술이 성숙하는 2050년에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50~7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는 정부가 확정한 목표가 아닌 전문가의 제언이다.
이관영 KIST 청정수소저장활용전략연구단장은 ESS의 주파수 안정과 전력망 혼잡 완화 기능에도 보상하고, 사업자가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시장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망 알박기 차단…실수요 중심 관리 필요
송전망 병목을 해소하려면 이른바 ‘전력망 알박기’로 불리는 중복 신청과 수요 부풀리기 문제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 교수는 올해 초 약 66GW였던 데이터센터 전력망 접속 신청량이 단기간에 70~90GW 수준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여러 부지에 중복으로 접속을 신청한 뒤 전력 공급이 가능한 곳부터 개발하는 방식도 있어 신청량 전체를 실제 전력 수요로 간주하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수요를 과대 전망하면 발전소와 송전망에 과잉 투자해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전력 수요를 기준 수요, 확정 수요, 불확실 수요로 세분화해 2년 단위로 계획을 갱신하고 실수요를 엄격히 걸러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복 신청 규모와 실제 사업 추진 가능성을 구분해 수요를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의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에너지 인프라는 수십 년을 내다보고 투자해야 하는 만큼, 정권 교체 때마다 전원 구성 방향이 흔들리지 않도록 한국은행처럼 독립적인 ‘과학 기반 에너지 정책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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