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젓갈로 100억대 매출…4대째 장인정신 이어가는 ‘이 회사’

김경은 기자I 2024.12.05 12:00:00

충남 아산 굴다리식품 젓갈 제조공장 가보니
3개월간 토굴 숙성 거치는 전통방식 고수
국내 최초 부부 명인 경영가
백명란 최초 개발 등 현대인 트렌드 반영
HACCP·KS 최초 인증…“손끝으로 제조”

[아산(충남)=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117년 만의 폭설이 내린 지난달 28일 충남 아산시에 있는 굴다리식품(굴다리영어조합법인) 제조 공장. 바깥 날씨가 온화하게 느껴질 정도로 공장 내부 창고는 한기가 가득 서렸다. 영하 20℃에 육박하는 이곳에는 명란, 멍게, 굴 등 각종 수산물이 1t씩 묶여 한가득 쌓여 있었다. 이는 젓갈의 주재료가 되는 수산원물들로 젓갈 제조 후 3개월간 토굴 숙성을 거쳐 우리 밥상에 오른다.

고삼숙 굴다리식품 대표가 지난달 28일 충남 아산시 공장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지난 1932년 설립된 굴다리식품은 자체 구축한 토굴에서 젓갈을 숙성하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젓갈의 깊은 맛과 풍미를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토굴에서 최적의 숙성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고삼숙 대표의 철칙이다.

고 대표는 “젓갈은 일정한 온도에서 숙성·발효해야 깊은 맛과 향이 난다”며 “토굴은 연중 12~15℃를 유지해 젓갈 숙성과 발표에 최적화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토굴 숙성의 가장 큰 이유는 전통을 이어가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고 대표는 남편인 김정배 대표와 함께 4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고 대표는 아산시 전통식품 명인 1호, 김 대표는 대한민국 수산식품 명인 5호로 지정된 인물이다. 국내 최초의 부부 명인이 장인정신으로 젓갈의 전통을 잇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전통 방식만 고집하지 않는다. 토굴 숙성 방식의 젓갈 제조법을 지키면서도 현대인의 식단, 젊은이의 입맛에 맞게 제품을 개발해 나가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이 저염식 트렌드에 맞춰 개발한 백명란이다.

고 대표는 “과거에는 명란에 빨간 색소를 입혀 검붉은 핏줄을 감췄지만 요즘엔 백명란이 대세”라며 “굴다리식품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색소, 무방부제인 백명란을 선보였다”고 내세웠다. 이어 “현재 아들도 개발에 참여해 젊은 시각을 바탕으로 명란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을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젓갈 분야에서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국가표준(KS) 인증을 받은 것도 굴다리식품이 최초다. 원물 세척 후 1차 검수, 자외선(UV) 살균, 금속 검출 등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제품을 출고한다. 특히 젓갈은 자동화 공정을 도입할 수 없는 분야라 더욱 위생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 대표는 “스티커 부착 등 제품을 포장하는 과정에는 일부 자동화 공정을 도입했지만 젓갈 제조는 기계가 할 수 없다. 기계를 사용하면 수산 원물이 다 부서지기 때문”이라며 “결국 사람의 손끝에서 하는 일이기에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굴다리식품 자체 토굴에서 숙성을 거친 새우젓이 냉장창고에 보관돼 있는 모습. (사진=김경은 기자)
굴다리식품에서 제조하는 젓갈류는 총 20여가지로 자사몰을 비롯해 주요 백화점과 홈쇼핑에서 판매하고 있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요청도 이어지면서 올해 매출은 1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의 20%는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고 대표는 “한때 저가의 수입산 젓갈이 쏟아져 들어와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천일염 사용과 토굴 숙성 등 전통 방식으로 만든 젓갈을 소비자들도 알아봐 주면서 역으로 해외 수출까지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높은 품질의 젓갈 제조와 신제품 개발로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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