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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의 그림자…쉴 곳도, 쉴 수도 없는 '새벽 택배노동'

서대웅 기자I 2025.01.17 14:58:30

김주영 의원 주최 ''새벽배송 토론회''
택배기사 10명중 8명 ''새벽 노동''
65% "휴식 불가".."물량·시간 압박"
절반이 산재 경험..회사가 부담 6%뿐
80% "업무속도·배달경로 지시 따라야"

(사진=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로켓배송’처럼 빠른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에서 일하는 택배 노동자 10명 중 6명 이상은 휴식이 불가능한 환경에 놓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쉴 장소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량 압박’에 쉬고 싶어도 쉴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개최한 ‘새벽배송 토론회’에서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같은 내용의 새벽배송 노동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10월 11~18일 택배 노동자 102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결과 택배 노동자 10명 중 8명 이상은 새벽에 일하고 있었다. 83.4%가 밤 9시~새벽 1시 사이에 업무를 시작하고, 81.2%는 오전 5~8시에 업무를 마친다고 답했다. 68%는 주 5일 이상 일하고, 31.4%는 주 6일 근무한다고 답했다. 하루 평균 배송 건수는 77건이었다.

새벽배송을 하는 노동자 대부분은 새벽노동을 주업으로 하고 있었다. 이들 노동자의 월소득 중 평균 74.4%가 새벽배송으로 얻는 소득이었다. 새벽배송 소득이 월소득의 전부라고 답한 사람도 52%에 달했다. 새벽배송 소득은 월평균 273만원 수준이었다.

(자료=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
문제는 새벽배송을 하는 와중에 노동자들이 휴직이 사실상 불가능한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휴식과 화장실 이용 여부 문항에서 65%가 휴식이 불가능하다고 답했고, 85%는 화장실 이용이 쉽지 않다고 했다.

쉬지 못하는 이유는 ‘물량’이라고 답한 비율이 38.79%로 가장 높았고, ‘시간 압박’(27.72%)이 뒤를 이었다. ‘쉴 장소가 없음’이라고 답한 비율(24.88%)을 웃도는 수치다. 쉴 장소가 없기도 하지만, 있더라도 물량을 채워야 하는 탓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환경 탓에 택배 노동자 58%는 최근 한 달 동안 건강 이상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산재가 발생했을 땐 35.36%가 본인이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가 부담한 비율은 6.56%에 그쳤다.

산재경험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절반(53.18%)뿐이었고, 고용보험(51.91%)과 산재보험(47.7%)에 가입한 노동자 역시 절반에 불과했다.

(자료=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
택배 노동자들은 대부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고용노동부 역시 과로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쿠팡의 택배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서비스(CLS)에 대한 기획감독에서 택배기사를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최근 결론 냈다. 쿠팡CLS나 영업점에서 배송경로나 순서 등의 지시를 받지 않는 등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고용부 감독 결과와 달리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업무 자율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택배 노동자 83.8%는 태블릿,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 장치에 의해 ‘업무 속도’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79.9%는 이러한 전자 장치로 배달 경로나 순서 지시를 따라야 한다고 했다. 새벽 배송 시 점수나 별점을 유지하지 않으면 일감이 취소되는 등 일이 중지될 수 있다고 답한 비율도 75.4%였다.

또 작업 순서를 바꿀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63.96%)이 있다는 응답(36.04%)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작업 내용을 바꿀 수 없다는 응답(74.34%)도 있다는 답변(25.66%)의 3배가량 많았다.

(자료=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
조사를 진행한 이승윤 교수는 “쉬지 못한다고 응답한 노동자의 약 절반은 ‘물량 때문’이라고 답했다”며 “노동자 대부분은 휴식을 선택할 수 없으며 택배 노동자의 자율은 ‘허구적 자율성’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작업을 수행할 때 실질적인 자율성이 낮다는 점에서 종속성이 은폐됐다고 꼬집었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택배 노동자의 69.25%는 쿠팡 플랫폼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마켓컬리(23.02%)와 SSG(5.78%)가 뒤를 이었다. 하루 평균 배송 건수는 77건이었다. 평균 나이는 36세였고 남성이 84.6%, 여성 15.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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