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외국인 범죄자 및 세금 체납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 관리의 적정성을 검토한 결과, 경찰청이 지명수배된 외국인에 대해 법무부에 출국정지 또는 입국 시 통보를 요청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출입국관리법 등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외국인 지명수배자에 대해 출국정지 요청을 할 수 있다. 지명수배는 △사형,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사유가 있어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과 △지명통보 대상 중 지명수배를 할 필요가 있어 체포영장 또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 중 소재를 알 수 없는 경우에 시행된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기간 2020년 10월 말 전국 경찰관서에서 지명수배 중인 외국인 5611명 중 외국인등록번호가 부여된 2931명을 대상으로 출입국 기록을 확인했다. 그 결과, 2686명에 대한 출국금지가 이뤄지지 않거나 출국정지 후 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연장 신청이 누락됐다.
출국금지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480명은 지명수배인 상태에서도 유유히 한국을 빠져나갔다. 이 중에는 소위 ‘보이스피싱’으로 2억원 이상의 편취한 중국인 A씨(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 위반 혐의), 강제추행을 한 필리핀 국적의 B씨 등을 비롯해 살인·상해 폭행, 절도·강도 혐의를 가진 이들도 있었다. 또 1490명은 지명수배 전 출국한 상태였으며 716명은 2021년 1월 기준 국내에 체류 중이나 출국정지 조치가 돼 있지 않아 자유로운 출국이 가능한 상태였다.
이미 출국한 지명수배 외국인이 다시 한국에 들어오더라도 ‘깜깜이’ 상태인 것은 마찬가지였다. 법무부는 ‘입국규제 업무처리 등에 관한 지침’에서 수사기관장이 특정인의 입국 시 통보를 요청하는 경우, 이를 이행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그러나 경찰청은 각 경찰관서가 이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게 했다.
그 결과, 2020년 10월 말 기준 지명수배 상태에서 다시 한국에 입국한 168명 중 57명은 입국 시 통보 요청이 되지 않아 해당 경찰관서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이 중 상해 혐의가 있는 중국 국적 C씨는 지명수배 이후 13차례나 한국을 들락날락 거렸다. 지난 1월 기준 외국인등록번호가 부여된 지명수배 외국인 2931명 중 176명은 국외체류 중인데도 입국 시 통보 요청을 하지 않아 C씨와 같은 일이 재발될 여지가 있었다. .
감사원은 경찰청장에게 외국인 지명수배자에 대한 출국정지나 입국 시 통보를 요청하고 이와 관련된 규정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경찰청은 “훈령 등에 관련 규정을 마련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