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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NICE(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LG화학의 장기신용등급을 기존 ‘A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신용등급 부정적 전망은 향후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석유화학 업황 불안과 전지 부문인 LG에너지솔루션의 재무부담이 주된 요인이다. LG화학은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며 이차전지 부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석유화학과 전지 부문은 최근 3개년 평균 매출이 총 매출의 각각 39%, 51%로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문제는 매출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 고객사의 전기차(EV) 판매 감소로 실적 저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255억원을 기록하며, 2021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냈다.
김서연 NICE신평 연구원은 “전지 부문 매출 규모는 2022년 이후 석유화학 부문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중기적으로 석유화학 매출이 글로벌 수급 환경에 따라 변동성을 보이는 가운데 전지 부문의 매출 확대가 회사 전체의 외형 성장을 견인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 “LG화학·LG엔솔, 동일 등급으로 가져가려는 과정의 일환”
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등급에 주목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6월 이후로 신용등급 ‘AA’, 등급전망 ‘안정적’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LG화학의 등급과 한 등급 차이가 나는 상황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국내 신평사들이 석유화학 업종은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저하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NICE신평이 LG에너지솔루션 아웃룩(등급전망)은 건드리지 않고, LG화학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도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본다”고 말했다.
NICE신평은 개별기업의 자체신용도에서 출발해 계열관계에 따른 영향을 반영해 최종신용등급을 부여한다. LG그룹 계열의 지원능력(계열통합 Profile)과 LG에너지솔루션 자체신용도와의 근접으로 평가등급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계열 요인에 따른 노치(notch) 조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신용등급에는 한 노치 차이지만 갭이 있다”며 “LG화학 아웃룩이 내려갔다는 이유로 바로 (LG에너지솔루션 아웃룩과) 연동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등급을 동일 등급으로 가져가려는 과정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부문은 영업적자 상태인 가운데 이익을 대부분 전지 부문에서 내고 있는 상황에서 LG화학 등급 ‘AA+’이 LG에너지솔루션 등급 ‘AA’보다 높은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LG화학 아웃룩을 하향 조정한 것은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등급을 동일 등급으로 가져가려는 과정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전기차 구매자에 대한 보조금과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보조금의 폐지 내지 축소 조정 여부에 대한 확인절차를 거치고 나서 신용등급에 대해 판단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