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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 초 관세 유예를 요청하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자동차 메이커 ‘빅3’ 대표와의 전화협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들어로는 자동차에 부과될 25% 관세가 공급망을 붕괴시키고 자동차 산업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란 자동차 업계 수장들의 호소에 4월 2일까지 관세를 약 한 달간 유예하기는 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예외는 이번 한 번뿐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관세는 4월 2일부터 시행될 것”이라며 “모두 협조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 12명 이상과 관세를 둘러싼 백악관의 역학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단순한 협상도구가 아니다”라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미국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도구라고 봤던 기존 관념을 깨부숴야 한다는 얘기다.
NYT는 “관세는 그가 대통령직에서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 특징을 결합한다”며 “관세는 그가 맘대로 켜거나 끌 수 있는 일방적 권력이며 구걸경제를 만들어 권력자들이 그 앞에서 자비를 구하도록 강요한다”고 밝혔다.
NYT는 주식시장이 무너지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위협을 멈출 것이란 통념도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관세 전쟁을 벌이면서도 주식시장의 반응에 따라 이를 조정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주식시장의 하락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13일 알루미늄·철강에 대한 25% 관세가 부과되면서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최근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조정국면에 진입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60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익명을 조건으로 발언한 트럼프 대통령 고문 중 한 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를 지켜보면서 주식시장이 경제의 미래를 알려주는 척도이자, 유권자 심리를 알려주는 유용한 지표라는 생각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만약 그렇다면 임기 내내 주식시장이 호황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고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지도자들이 그의 위협을 이행하는지 주시하며, 약점의 징후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또한 그가 관세를 철회하는 것이 자신이 선호하는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에 영구적인 손상을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대 의견을 말하기는 주저하고 있다.
관세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현 행정부 내에서 거의 통용되지 않고 있다. 브룩 롤린스 농무장관은 농업계의 의견을 받아 캐나다 수입품에 대한 25% 관세에서 비료에 중요한 성분인 염화칼륨(potash)을 제외해줄 것을 요청했다. 캐나다는 세계 최대 염화칼륨 생산국으로, 미국은 농업에 필요한 염화칼륨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중 85%가 캐나다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롤린스 장관의 요청을 받아 염화칼륨의 관세를 10%로 낮춰주면서도 면제는 해주지 않았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요청에 불평을 토로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에 기업들도 몸을 사리고 있다고 한다 월리엄 레인시 전 미국 상무부 차관보는 “아무도 공개적으로 나서고 싶어하지 않다”며 “그들은 그에 따른 결과를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