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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에서 尹탄핵 국면으로…당국 의지에 환율 1410원대 지지력[외환분석]

이정윤 기자I 2024.12.05 12:23:10

尹탄핵소추안 발의, 이르면 내일 표결
외국인 국내증시서 3300억원대 순매도
외환당국 장중 실개입 추정·네고 출회
이창용 “탄핵 정국, 경제 영향 제한적”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10원 중반대에서 상단이 제한되고 있다. 계엄이 해제됐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원화에 대한 투심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엔화, 위안화 등 주요 아시아 통화 약세까지 겹치며 환율 상승 압력이 커졌지만,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과 경계감이 추가 상승을 막고 있다.

◇韓정치 불확실성+아시아 통화 약세

5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후 12시 14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410.1원)보다 5.6원 오른 1415.7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2.3원 오른 1412.4원에 개장했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1413.6원) 기준으로는 1.2원 내렸다. 개장 후 상승 폭을 확대하며 환율은 1410원 중반대로 올랐다. 오전 11시 58분에는 1416.7원을 터치했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 2022년 11월 4일(1429.2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고치다. 이후 환율은 1414~1415원에서 횡보하고 있다.

비상계엄은 해제됐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둘러싼 정국은 불확실성이 더 커지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커졌다. 야당이 윤 대통령 탄핵안을 발의한 데 이어, 여당이 의원총회에서 탄핵 반대로 당론을 모음에 따라 정치적 갈등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 탄핵안의 가결 요건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발의와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다. 이때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다. 재적 300명 중 국민의힘을 제외하고 무소속인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종민 의원을 포함하면 야당 의원은 192명이다. 국민의힘에서 8명이 더 찬성하면 탄핵안이 가결된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안은 6일 0시 49분부터 표결이 가능하다. 정국 불안이 이어지면서 원화 대비 달러의 선호도가 높은 흐름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요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나타내면서 환율에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150엔대, 달러·위안 환율은 7.27위안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수급적으로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물량이 환율 상단에서 나오고 있고, 외환당국의 장중 실개입과 경계감에 추가 상승은 제한되고 있다.

국내은행 딜러는 “수급적으로는 당행 기준으로 수출업체 네고 물량이 더 많다”며 “엔화 약세로 환율이 더 상승하려다가 환율 상단의 물량으로 인해 막히고 있다. 위안화 약세 폭에 비해 환율도 크게 오르지 않은 걸 보면 당국의 미세조정과 경계감이 작용하고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증시에서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지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27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600억원대를 팔고 있다.

달러화는 약세다. 달러인덱스는 4일(현지시간) 저녁 10시 14분 기준 106.25를 기록하고 있다.

◇이창용 “탄핵 정국, 경제 영향 제한적”

탄핵 정국이 외환시장을 비롯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동안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환율 변동성 확대는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탄핵 정국과 관련해 “경제 성장률이나 중장기적인 경제 흐름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일련의 사태에 따른 우리나라 대외신인도 하락에 대해서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2016년 박근혜 탄핵 당시 환율도 탄핵소추 발의 이후 약세를 보였으나, 이는 국내 재료로 인한 환율의 단독 약세가 아닌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달러 강세 영향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며 “따라서 국내 정국 불확실성이 글로벌 외환시장과 독립될 수준의 과대한 변동성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은행 딜러는 “아직 불확실성 완화로 보기엔 섣부르고 이제 시작으로 봐야할 것”이라며 “당분간 환율 하락 재료가 없는 만큼, 외환당국의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상단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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