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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조 투자 회사 이사회 의장에 손정의
2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합작해 설립한 ‘스타게이트’가 향후 4년 동안 최대 5000억 달러(약 718조 원)를 AI 인프라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타게이트는 텍사스주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미국은 새로운 AI 모델을 훈련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오픈AI는 AI 기술 개발을, 소프트뱅크는 재정 지원을, 오라클은 데이터센터 구축 및 운영을 담당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ARM도 기술 파트너로 참여할 예정이다. 규제 완화와 인프라 고도화를 통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반인공지능(AGI)개발을 가속화하려는 전략이다.
일본의 손정의 회장을 스타게이트 이사회 의장에 임명한 것은 미국 정부의 통제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바탕으로 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에서 일어나는 역사상 가장 큰 AI 인프라 프로젝트”라며 자부심을 드러냈으며, 이번 투자가 10만 개 이상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자본력·기술력 추격하는 한국
하지만 한국은 다른 상황에 처해 있다. 네이버(NAVER(035420)), LG(003550), 업스테이지, 모레, 엔쓰리엔 등 한국어나 특정 분야에 강한 거대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10여 곳 있지만, 자본과 기술력 면에서 오픈AI, 구글, 메타, 앤트로픽 등 글로벌 대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뒤쳐져 있다.
또한, AI 실행을 위한 칩은 엔비디아의 칩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000660)와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아직 미비한 상황이다. 리벨리온, 딥엑스, 퓨리오사AI, 인텔과 네이버 연합군 등이 추론용 칩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당장 엔비디아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은 무더기 AI 규제 예고
현재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규제라는 또 다른 장애물을 넘지 않으면 안 된다. 2025년 1월부터 시행될 AI기본법을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의 AI서비스이용자보호법(가칭), 금융위원회의 금융분야 AI운영 가이드라인 개정, 문화체육관광부의 AI 저작권 창작자 보호와 산업발전 조화 등 각 부처의 업무보고를 보면 AI 규제가 빠진 곳은 없다.
박민철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는 “거의 모든 부처가 개인의 권익을 보호하는 규제와 산업의 조화를 주장하지만, 5대5로는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한쪽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방향이 돼야 하며, 그 방향이 AI 산업 활성화를 위한 쪽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관은 “(각 부처의 규제 추진으로 인한 과잉중복규제 문제는) 국가AI위원회에서 반드시 해결해주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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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스타게이트’의 재정을 손정의 회장이 맡고 있는 만큼, 소프트뱅크가 미국의 AI 인프라 고도화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기업이 AI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트럼프 대통령처럼, 우리나라 역시 국회를 통과한 AI기본법을 연내 개정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I기본법은 EU의 AI법과 달리 산업 진흥이 70~80%, 고성능AI 설명 의무나 고위험AI 안전 의무 같은 규제가 20~30% 정도 차지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상황이 변한 만큼, 더욱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데이터법정책센터장은 “미국처럼 투명성 규제 외에는 과도한 규제를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며, “AI기본법에서 규제를 수정하거나 시행 시기를 늦추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