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위드 코로나에 기지개 켜는 캠퍼스…학생들 표정이 바뀌었다

김의진 기자I 2021.11.01 15:00:01

1일 위드 코로나 전환 첫날 이화여대 소규모 대면강의 확대
서울대·연세대·서강대 등 2학기 중간고사 이후 속속 대면 재개
대면수업 전환한 이화여대 학생 "친구들 만날 생각에 설렌다"
활력 되찾을 대학 캠퍼스 기대감 속 느슨해질 방역 우려도

1일부터 50명 이하 소규모 이론 강의에 한해 대면수업을 확대한 이화여대 캠퍼스에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이데일리 김의진 기자] “대학 내 버스정류장에 오랜 만에 학생들로 긴 길이 늘어선 것을 보니 참으로 반갑습니다. 대면강의 확대로 학생들이 늘어난 만큼 학교도 활기를 되찾겠죠.” (이화여대 관계자)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전환이 시작된 1일 오전 8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 이날은 이화여대가 2학기 중간고사 이후 50명 이하 소규모 수업에 대한 대면강의를 확대 시행한 첫날이기도 하다.

이 대학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버스정류장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학생들이 긴 줄을 선 채 교내 셔틀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정류장 앞에서 만난 한 학생은 “오랜만에 친구들과 강의실에서 함께 수업을 들을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고 말했다.

도서관·강의동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에선 학생들 3명이 대화를 나누며 함께 걸어가고 있었다. 친구들로 보이는 이들은 비록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오르막길이 힘들지도 않은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연신 밝게 웃었다.

시간이 9시를 향할수록 캠퍼스를 오가는 학생들의 발길은 더 늘었다. 강의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뛰어가는 학생, 완연한 가을 풍경으로 바뀐 캠퍼스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해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는 학생, 카페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다. 강의가 비대면으로 진행됐었던 지난주까지만 해도 캠퍼스 안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이 대학 식품영양학과 2학년 김모씨는 “오늘 들어야 할 수업은 없지만 친구들이 학교에 나온다고 해서 함께 공부하려고 왔다”며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시작됐으니 학교에서도 더 많은 수업이 대면강의로 전환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앞서 지난 여름방학 동안 대면·비대면 중 학생 각자가 참여하길 원하는 2학기 수업 방식을 선택하게 했다. 대면강의 참여를 원하는 학생들의 수요를 조사하고, 대면수업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방역사항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이화여대 관계자는 “대면강의 확대에 따른 학교 내 방역상황 점검 등 준비할 것들이 많아 업무가 한때 늘어 힘든 적도 있었다”면서도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캠퍼스가 활기를 되찾는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1일 소규모 이론 수업에 대한 대면강의를 확대한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이 학내 운행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이화여대와 인접한 대학인 연세대는 이보다 일주일 앞선 지난달 25일 30명 이하 소형 수업과 실험·실습·실기 과목에 한해 대면강의를 시행했다. 백신 접종 확인서와 대면수업 동의서를 제출한 학생들은 대면강의를 들을 수 있다. 백신 접종을 하지 못했거나 여전히 비대면 방식을 원하는 학생은 원격강의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성적 평가 시에는 대면·비대면 참여 학생 간 유·불리가 없도록 하겠다는 게 학교 방침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로 전환됐지만 대면수업을 지금보다 더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내년에는 대면강의를 이번 2학기보다 더 늘리는 방향으로 학사운영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대와 연대 외에도 서울소재 대학들이 정부의 위드 코로나 전환을 전후로 잇따라 대면강의를 확대하고 있다. 2학기 개강 뒤로 최근까지는 실험·실습 과목에서만 대면수업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소규모 이론 강의에 대해서도 대면강의를 허용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고려대는 오는 3일부터 학부 30명 미만, 대학원 20명 미만 강좌에서 대면 수업을 허용할 방침이다. 한국외대는 이화여대와 마찬가지로 이날부터 40명 이하 수업에 대해 대면수업을 재개했다. 서강대도 지난달 27일부터 40명 이하 소규모 강좌의 대면 수업을 확대했다.

서울대를 비롯해 성균관대·숙명여대·숭실대 등은 이들 대학보다 훨씬 빠른 지난달 초 이미 대면강의를 확대했으며 이에 대응할 방역관리 시스템도 구축했다. 성균관대는 전자출결 시스템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강의실 밀도를 확인, 수강인원을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대면수업을 진행 중이다. 학생 간 안전거리 확보를 위해 강의실 좌석 간 거리도 최대한 넓힌 상태다.

대면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로 캠퍼스가 북적이면서 대학들도 서서히 활력을 되찾는 모습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에 거주하는 학생 중에선 대면수업 참여가 어려운 학생들이 있다. 위드 코로나를 체감하기엔 이르다는 말도 나온다. 연세대 관계자는 “대면수업이 확대된 만큼 교수·학생 간 소통이 점차 빈번해지고 있다”면서도 “지방 학생들은 서울에서 지낼 곳을 구하기가 마땅치 않아 비대면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확연한 변화가 있으려면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위드 코로나 전환으로 인해 학교방역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강대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김모(29)씨는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학생들이 아직까진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감염병 유행이 아직 끝난 것도 아닌데 대면수업 확대 결정이 조금 빠른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분야 코로나19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간 발생한 대학생 확진자 수는 총 226명으로, 하루 평균 32.2명꼴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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