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국내 증시의 상승과 더불어 계속되던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가 조금씩 잦아들고 있지만 아직 자금이 유입되는 펀드는 손으로 꼽힐 정도다. 이런 가운데 중소형 가치주를 중심으로 투자하는 펀드들에 집중적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선 7조3614억원이 유출됐다. 코스피가 박스권을 탈출한 3월과 4월에 각각 2조2666억원, 3조6308억원에 달하는 거액이 빠져나갔으나 이달 들어선 4012억원 유출에 그치며 봇물처럼 이어지던 환매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개별펀드 중에선 중소형 가치주 펀드의 기세가 대단하다. 연초 이후 자금 유입 상위 5개 펀드 중 4개가 중소형 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메리츠코리아 1[주식]종류A’가 가장 많은 2947억원을 빨아들였다. 불과 2년 전 국내 주식형펀드 중 꼴찌였던 펀드 성과가 존 리 사장 취임 후 최상위권으로 180도 바뀌면서 환매 열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투자자들의 발길이 계속되고 있다.
격차는 다소 크지만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자 1(주식)A1’이 973억원을 유치하며 뒤를 잇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34%를 웃돌 정도로 뛰어난 모습을 보이면서 판매 채널이 확대되고 그에 따라 자금 유입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동양중소형고배당자 1(주식)ClassC’는 936억원을 쓸어담았다. 3~4월에 700억원 가까이 유치한 것과 비교하면 자금 유입 속도가 둔화했지만 아직 인기는 건재하다. 시장에서 소외된 중소형주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동양중소형고배당펀드의 포트폴리오는 삼목에스폼(018310)과 슈피겐코리아(192440) 산성앨엔에스(016100) 모두투어(080160) 등 다양한 업종의 중소형주로 구성돼 있다.
중소형 자산운용사의 중소형 가치주 펀드가 위세를 떨치는 와중에 ‘한국투자롱텀밸류 1(주식)(C5)’은 762억원을 흡수하며 대형사 펀드로는 유일하게 5위권에 들었다. 순위권에 속한 펀드 중 동양중소형고배당펀드와 더불어 유이하게 설정 10년째를 맞은 장수 펀드로, 지난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서 옮겨온 ‘가치주 운용 전문가’ 엄덕기 매니저가 운용하고 있다.
엄덕기 한국투자신탁운용 매니저는 “기존의 가치주 펀드들이 시가총액과 시장유동성 등을 고려해 대형 가치주 종목을 주로 편입한 것과 달리 모든 종목군을 투자 대상으로 고려해 가치주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중소형주 장세가 전개되는 가운데 기존의 가치·배당주펀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중소형 가치주에 주로 투자하는 펀드에 대한 선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치·배당주펀드가 대형화하면서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이름값이나 크기 보단 성과가 알토란 같은 중소형 가치주 펀드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강소 가치주 펀드에 대한 자금 유입은 꾸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