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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찾지 않은 돈으로, 통상 주식 투자 열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통한다. 투자자예탁금의 감소는 국내 증시의 활기가 떨어진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역시 대표적인 증시 대기자금으로 꼽히는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도 이 기간 감소세를 보였다. CMA 잔고는 연초 87조 1780억원에서 16일 기준 84조 8230억원으로 2조원 넘게 감소했다.
이는 국내 증시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실제로 이 기간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440억원어치를 순매도 했다. 같은 기간 4110억원 가량을 순매수한 외국인 투자자와는 정반대 행보다.
대신 미국 주식 시장으로 이동하는 투자자가 증가하는 분위기다. 예탁결제원이 집계한 이달 1~17일 미국주식 순매수 금액은 18억달러(2조 6200억원)로, 지난달 전체 순매수 금액 10억 5000만달러(1조 5200억) 대비 1조원 이상 증가했다. 보름여 만에 지난 한 달 순매수 규모를 훌쩍 뛰어넘은 셈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9.63%, 21.74%씩 하락한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미국 증시로의 이탈을 가속화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뉴욕증시 수익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점도 해외주식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소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기술주 중심의 랠리가 이어지면서 미국 뉴욕증시는 지난해에 이어 연초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 한 주(13~17일)간 각각 3.69%, 2.91%의 상승률을 기록해 작년 11월 초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나스닥 지수도 2.45% 올라 12월 초 이후 최대 상승률을 다시 썼다.
반면 트럼프 집권 관련 불확실성과 수출경기 위축, 내수 부진, 원·달러환율 변동성 등 국내 증시에 산적한 우려가 잔존하고 있어 국내 증시로의 개인 수급 유입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매크로(거시경제) 영향권에 들어와 있던 주식시장은 이번 주부터 정치와 실적 이벤트에도 민감도를 높일 예정”이라며 “이번 취임식을 치르면서 트럼프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다시 증시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고환율 환경에서의 외국인 투자자의 복귀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1월 이후 하락세가 나타나고 미국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에 가까워지면서 4분기 반등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단 트럼프 불확실성과 위안화 약세가 환율 하락 폭을 제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