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차급 전기트럭 총출동…전동화 포트폴리오 완성 eTGX 로우라이너 최초 공개…최대 660㎞ 주행 모듈형 배터리로 주행거리·적재량 맞춤 설계 고효율 디젤도 병행…전동화 전환기 '투트랙' 전략
[하노버(독일)=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성인 남성 키의 두 배를 훌쩍 넘는 MAN 대형 트랙터가 양쪽 문을 활짝 열고 관람객을 맞았다. 운전석에 올라 실내를 살펴보려는 사람들과 웅장한 전면부를 카메라에 담으려는 이들이 한데 뒤엉켰다. 부스에서는 대규모 계약이 성사됐음을 기념하는 ‘으르렁’ 사자 포효 소리가 수시로 울려 퍼졌고 관람객·관계자들의 박수가 쏟아졌다.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에서 관람객들이 신형 MAN eTGX 전기트랙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16일(현지시간) 독일 하노버에서 열린 세계 최대 상용차 전시회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 MAN 부스에는 대형 트랙터를 비롯해 덤프트럭, 특장차, 소형 밴까지 크기와 용도가 제각각인 상용차들이 한자리에 늘어섰다.
MAN은 ‘디젤 엔진의 본가’로 불리는 기업이다. 루돌프 디젤은 1897년 MAN의 전신인 아우크스부르크 기계공장에서 세계 최초의 실용 디젤 엔진을 완성했다. 이후 MAN은 100년 넘게 디젤 엔진과 대형 상용차 기술을 발전시키며 유럽을 대표하는 트럭 제조사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MAN이 전면에 내세운 것은 디젤트럭이 아닌 전기트럭이다. MAN은 eTGL·eTGM·eTGS·eTGX 등 모든 차급을 아우르는 전기트럭 라인업을 최초로 한자리에 펼쳐 보였다. MAN 관계자는 “모든 차급과 용도에 맞는 전기트럭을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며 “도심 배송부터 장거리 대형 화물 운송까지 전체 포트폴리오의 전동화를 완성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젤 시대를 열어젖힌 주역이 이제는 ‘애프터 디젤’ 시대를 앞장서 준비하는 셈이다.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의 MAN 전시 부스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부스에 전시된 신형 MAN eTGX 6×2-4 전기트랙터는 배터리팩을 최대 7개까지 탑재할 수 있다. 팩당 사용 가능 용량은 88kWh로 전체 사용 가능 용량은 616kWh, 최대 주행거리는 720㎞에 달한다. 모듈형 배터리를 적용해 고객이 운행거리와 운송 용도에 따라 탑재 개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부스에서 가장 눈길을 끈 차량은 세계 최초로 공개된 신형 eTGX 로우라이너다. 트레일러 연결부의 높이를 낮춰 적재공간을 최대한 확보한 장거리 운송용 전기트랙터다. 3750㎜의 비교적 짧은 휠베이스에도 배터리팩 6개를 탑재해 총 552kWh의 용량과 최대 660㎞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낮은 연결 높이와 대용량 배터리를 동시에 구현해 화물 적재 능력과 장거리 운송 효율을 모두 잡았다는 설명이다.
전동화는 장거리 트랙터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번에 선보인 16톤급 eTGM 냉장트럭은 차량의 주행은 물론 냉장장치까지 전기로 작동한다. 이 밖에도 특장장비를 전기로 구동하는 건설·특장용 eTGS 스킵로더, 소형 전기 상용차 TGE 등을 선보이며 다양한 운송 영역으로 전동화 범위를 넓혔다.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 MAN 부스에 전시된 D30 디젤 엔진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이처럼 MAN는 전기트럭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당장 디젤과의 결별을 선언한 것은 아니다. 전기트럭이 줄지어 늘어선 부스 한편에는 최신 D30 파워라이언 엔진을 탑재한 4×2 장거리 트랙터가 여전히 자리를 지켰다.
MAN이 전기트럭과 고효율 디젤트럭을 함께 내세운 것은 운송 분야마다 전동화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운행 경로가 일정한 도심·지역 배송과 반복 운송은 전기트럭의 경제성을 확보하기에 유리하다. 반면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긴 주행거리가 필요한 분야는 당장 전기트럭으로 전환하기 어렵다. MAN은 이러한 시장 상황에 대응해 디젤 엔진의 효율을 계속 높이는 동시에 점진적인 전동화 전환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무거운 배터리로 인한 적재량 감소는 전기트럭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가운데, MAN은 배터리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 자신했다.
닐스 하이네 MAN 시장 출시 전략·대체 파워트레인 담당 부사장은 “디젤 엔진이 여러 세대를 거치며 효율을 크게 높였듯 배터리도 같은 발전 과정을 밟을 것”이라며 “몇 세대 뒤에는 지금과 같은 주행거리를 확보하면서도 배터리팩을 몇개 덜 장착하고, 그만큼 적재량을 더욱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