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은 금융시장정보제공업체인 딜로직 자료를 인용해 올 들어 중국기업이 사냥한 해외 기업 규모가 815억달러(약 100조6000억원)를 넘어섰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이 가운데 거래규모가 큰 ‘빅쓰리’ 인수자문단에 월가 은행은 한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대신 HSBC와 씨틱은행, 중국국제금융공사(CICC)가 선두권을 형성했다. 모두 중국은행이거나 중국 쪽에 거점을 둔 은행이다.
중국 기업이 글로벌 M&A의 큰손으로 부상하면서 중국의 해외 M&A 거래는 투자은행의 짭짤한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M&A 자금 주선이나 자문료로 수천만 달러의 이익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계 은행들이 중국기업의 M&A를 쓸어담으면서 미국이나 유럽 대형은행은 눈뜨고 이런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처지가 된 것.
중국기업이 중국은행을 선호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중국 은행은 규제 당국과 가까워 해외 투자에 나서는 기업의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고, 정치적 조류변화를 잘 감지하고 지방기업과도 끈끈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다. 중국 기업이 해외기업을 인수하려면 당국의 엄격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또 국제적 M&A를 여러차레 주선하면서 노하우도 풍부해졌다. 글로벌 M&A 시장이 더이상 서구 은행의 전유물이 아니란 얘기다. 게다가 미국이나 유럽은행과 비교해 수수료도 저렴한 편이다.
영국 로펌인 링크레이터의 팡 지안 중국지역 파트너는 “중국은행은 서구 은행에서 많은 것을 배워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중국기업이 주도하는 M&A 시장에서 뒷전으로 밀려난 서구 은행은 피인수 기업의 자문에 힘을 쏟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하이난그룹에 인수되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인그램마이크로의 자문을 맡고 있고, 골드만삭스도 하이얼에 가전부문을 매각하는 GE와 손을 잡았다.
글로벌투자은행 관계자들은 중국계 은행이 서구권의 법률이나 거래 관행에 대해 잘 모르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여전히 월가 IB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