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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무늬 없는 다회용 플라스틱컵 보증금 1000원
일단 주문을 해 봤다. 직원은 “일회용컵을 쓰지 않고, 리유저블컵(다회용컵)만 사용하는 매장”이라며 다회용컵 사용시 컵 보증금 1000원을 내야한다고 설명했다. 잠시 후 받아든 다회용컵에 담긴 아이스아메리카노. 얼마 전 세계 커피의 날을 맞아 공짜로 나눠줘 대란을 일으켰던 다회용컵과 같은 재질인데 스타벅스 로고 등 전혀 무늬가 없다. 스타벅스에서 사용하지 않으면 스타벅스 컵인 줄 모를 디자인에 다행히 1000원 보증금 내고 해당컵을 가져가려는 소비자들은 없을 것 같다. 컵은 환경호르몬이 없어 유아용 젖병 소재로도 사용하는 비스페놀 A프리(BPA Free) 소재다. 컵에는 주문 번호와 주문 시간, 음료 종류 등이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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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신 후 컵 반납은 처음 해보는 경험이다. 출구 한 켠에 있는 초록색의 ‘리유저블컵 반납기’로 갔다. 사람이 몰리는 점심시간대여서 그런지 5~6명의 대기줄이 늘어섰다가 줄었다 했다. 스타벅스 매장 직원이 반납기가 익숙하지 않는 손님들에게 사용방법을 설명해준다.
컵의 뚜껑은 일회용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남은 얼음과 뚜껑은 따로 버려야 했다. 스티커도 따로 떼줘야 한다. 스티커가 붙어 있으면 기계가 컵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내 직원은 “심각한 오염이 없으면 세척하지 않고 반납하면 된다”고 설명했는데 대부분 손님들은 컵을 정리하면서 텀블러 세척기에 한번 씩 세척을 하고 반납기로 향했다. 재사용하는 컵이라는 것 때문에 위생에 더 신경쓰는 모습이다.
반납기에는 ‘컵을 한 개씩 넣어달라’는 문구가 떴다. 컵 투입구에 컵을 넣으니 자동으로 문이 닫힌다. 컵을 확인하는 시간이 약 2~3초. 확인을 마치면 현금, 스타벅스 카드, 해피해빗(에코포인트) 중 선택해서 보증금(1000원)을 받을 수 있다. 커피는 보증금까지 카드로 결제했는데 보증금은 컵 반납후 현금으로 돌려받는 게 가능하다.
◇매장 손님들 일회용 줄이는 취지 긍정적 평가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에코매장의 취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컵을 하나씩 넣어야 해서 반납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은 불편해했다.
다회용컵을 반납하던 회사원 김씨는 “처음에는 1000원을 더 내라고 해서 당황했는데, 바로 현금으로 받을 수도 있고 일회용컵을 줄여서 좋은 것 같다”며 “다만 컵을 하나씩 넣어야 하고, 컵 하나 반납하는데 5초 정도가 걸리니 시간을 더 단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회사원 이씨는 “근처 사무실이 있어서 테이크아웃을 해가는데 다시 가져오는 게 귀찮긴 하지만 1000원 보증금이 있으니까 꼭 반납은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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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다회용컵이 또 다른 플라스틱 쓰레기 양산이 되지않도록 충분히 사용될지, 세척이 깨끗하게 될지에 대한 의문이다.
스타벅스에 따르면 에코매장에서 사용하는 다회용컵은 최소 70회 이상 사용을 계획하고 있다. 컵 손상 없이 관리가 잘 된다면 100번까지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서울 12개 매장을 통해 올해 안에 감축할 수 있는 예상 일회용컵 감축량을 약 50만개로 추산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현재 제주도와 서울의 일부 매장에서만 시범운영 중이지만 연내 제주도 전 매장 내년 내 서울 전 매장으로 일회용컵 없는 매장이 확대되면 연간 약 1억개 이상의 일회용컵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척은 믿을만할까. 다회용컵은 매장 직원들이 세척하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주문이 몰려들어 세척이 꼼꼼하게 되지 않을 것을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 반납기에 쌓인 컵은 매장 영업시간 종료 후 세척 전문 기관에서 수거해 간다. 스타벅스는 서울지역에서 2개 세척 전문 업체를 쓰고 있다. 이 업체는 컵을 가져가서 ‘외관 상태 확인 → 애벌세척→ 소독침지→ 고압자동세척 → 물기제거 및 자연건조→ UV살균건조’ 등 7개의 단계를 통해 안전하고 깨끗하게 세척한다. 세척 후 포장 완료 제품에 대해 샘플 표면 오염도를 측정하고 최종 오염 여부를 점검한 후 매장 오픈 전에 다시 가져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