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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살해로 이어지게 된 이씨의 폭행이 잔혹한 수법, 지속적으로 이어졌다는 이유를 고려해 고의가 없었다는 이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생각을 바꾸기 위한 것이었고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폭행은 손과 발은 물론, 전등 스탠드 등을 이용해 3시간에 걸쳐 이뤄졌다”며 “상당한 시간 폭행이 무자비하게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이씨가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폭행 치사 전과가 있었다는 점도 참작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배우자를 숨지게 한 이후에도 또 한 사람의 생명을 더 앗아가고, 유족으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해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9월 23일 자정쯤 서울 강동구의 자택에서 무속인인 60대 친누나와 다툼 끝에 그를 둔기 등으로 폭행, 과다출혈로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같은 날 오전 9시 35분쯤 소방에 “누나가 숨을 쉬지 않는다”며 자진 신고했고, 경찰에 의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경찰과 검찰 조사 결과 이씨의 누나는 이씨에게 “자신이 더이상 신을 모시지 않겠다, 딸에게 신을 모시라”고 했으며, 이에 화가 난 이씨가 다툼 끝에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씨의 누나가 지속적으로 신을 모시는 비용과 관련, 이씨에게 돈을 요구하는 등의 정황이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다만 이씨는 우발적 살인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첫 공판에서 이씨 측 변호인은 이씨가 사건 하루 전에도 누나와 함께 놀러 가는 등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한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변호인 측은 “이 사건은 직접적 살해의 증거가 없고, 미필적으로나마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씨 역시 “누나를 고의로 죽이겠다는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한편 이날 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출석한 이씨는 선고를 듣고 조용히 고개를 숙인 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