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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대타협 모델은 결국 여야 ‘대리전’으로 변질돼 정치 협상으로 종료된다는 게 그동안의 전례다. 이번 획정위의 실패도 그 전철을 밟았다. 애초 대타협의 취지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정치권, 선거구 획정위원 선정 때부터 우려 나와
지난 7월13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선거구 획정위원 선정 건을 다루기 위해서였다. 이미 여야 간사간 협의는 마친 상태였다.
김대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외에 가상준 단국대 교수, 강경태 신라대 교수(이상 새누리당 추천),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한국여성단체연합 추천), 김동욱 서울대 교수(한국행정학회 추천), 이준한 인천대 교수(한국정당학회 추천), 조성대 한신대 교수(참여연대 추천), 차정인 부산대 교수(대한변호사협회 추천), 한표환 충남대 교수(한국지방자치학회 추천) 등이었다. 곧바로 여야의 입씨름이 벌어졌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먼저 “정당 추천이 새누리당만 두 명이 들어가 있다”며 “정당에 휘둘리지 않도록 구성해야 한다는 문제인식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당시 새누리당 간사였던 정문헌 의원은 “어디 추천이니 어떤 성향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건 논리의 지나친 비약”이라면서 “모두 전문적인 학자이고 중립적인 성향”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도 “추천한 사람들을 놓고 여야 간사가 협의했으니 약간의 보수색채 혹은 진보색채는 당연히 있을 것 아니냐”며 거들었다.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재차 “특정 위원은 정당과 관련된 경력이 많이 있다”고 문제제기를 했으나, 정개특위는 그렇게 9명의 획정위원을 확정했다. 그때부터 여야의 ‘4:4’ 대리전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비슷한 지적은 지난 5월 정개특위 공청회에서도 나왔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당시 “획정위는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사회적 대타협으로 평가했던 지난 공무원연금 개혁도 절반의 성공에 불과했다. 오히려 실패 사례로 볼 수도 있다. 당시 실무기구에 속한 9명에는 여야 인사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정치인이 참석하면 논의가 산으로 간다”는 지적이 그 바탕에 있었다.
하지만 결국 막판에는 여당과 야당·공무원노조간 전선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합의가 이뤄졌다. 속도전이 불가피했던 여당과 공무원노조의 눈치를 본 야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 때문에 다수의 연금 전문가들은 “사회적 대타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여야가 공무원 눈치를 봐놓고 사회적 대타협을 얘기하는 게 창피하다”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한 고위 입법공무원은 “사회가 다원화되는 만큼 협치가 중요하다는 걸 모르는 정치인은 없다”면서도 “문제는 그 방법”이라고 했다. 여야가 원천적으로 상대를 믿지 못하고 게다가 정치력마저 제자리걸음 수준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주도 대타협 실패는 결국 정치불신 가중
문제는 대타협의 잇단 실패가 정치 불신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정치인은 사회의 갈등을 현명하게 푸는 걸로 ‘밥값’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갈등만 더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한 초선 의원은 “복지만 봐도 종합적인 그랜드플랜이 절실해 보이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서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가 한 관계자는 “획정위 사례도 그렇지만 현재 정치권은 애초 품은 ‘원칙’과 추후 맞는 ‘현실’의 간극이 너무 크다”고 했다.
여권의 한 전직 의원은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정책에 반영하는 통로로 국회는 필요하다”면서도 “정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의정활동을 감시하는 별도 기구의 설립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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