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 논술 무효소송` 공방…“공정성 훼손” vs “실효 없는 소송”

김형환 기자I 2024.12.05 12:59:41

수리 논술시험 무효 확인 소송 첫 변론기일
수험생 “부정행위 쉽게 이뤄져…관리 소홀”
연세대 “문제 고사장 성적, 다른 곳과 비슷”
‘손배소’ 제안한 재판부…수험생 ‘거부’

[이데일리 김형환 기자] 일부 수험생들이 ‘시험지가 사전에 유출됐다’며 연세대를 상대로 제기한 논술 무효 소송 첫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수험생 측은 명백히 공정성이 훼손돼 재시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연세대 측은 공정성 훼손 정도 심각하지 않고 소송의 실효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지난달 4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연세대 재시험 집단소송의 후원자 중 한 명인 정모씨가 논술문제 유출 등을 규탄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험생 측 “외부 유출 경위 나타나…관리 소홀”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재판장 구광현)는 5일 수험생 17명이 연세대를 상대로 제기한 2025학년도 연세대 수리 논술시험 무효 확인 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당초 수험생 측은 ‘재시험 이행’을 소송 청구 취지를 밝혔지만 본 취지였던 ‘시험 무효 확인’ 취지로 재차 바꿨다. 연세대가 1,2차 시험 모두 합격자를 261명씩 발표하되 2차 시험 미등록 인원에 대한 추가 합격자를 모집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1차 시험 자체를 무효화하려는 이유에서다.

이번 소송은 지난 10월 12일 연세대 자연계열 논술시험 고사장에서 문제지가 시험 시작 1시간여 전에 배부됐다가 회수되는 일이 벌어지며 일부 수험생들이 제기했다. 실제로 한 고사장의 감독관이 시험 시작 시간을 착각해 시험지를 약 1시간 전에 배부했고 이 중 한 수험생이 시험지를 촬영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를 올리는 일이 벌어졌다.

수험생 측은 시험의 공정성이 심각히 훼손됐기 때문에 지난 10월 치러진 논술시험을 원천 무효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험생 측은 “한 고사장에서는 시험 1시간 전에 시험지가 배부됐고 최대 15~20분까지도 보는 게 가능했기 때문에 사전에 문제를 보고 이를 미리 공부한다거나 외부로 유출한 경위가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오류 문제에 대한 재공지를 했는데 어느 고사장에서는 오후 3시부터 문제를 풀 수 있었고 가장 늦게 공지 받은 고사장은 오후 3시 15분에 공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휴대전화 사용 정황이 다수 나타나는 점, 자리가 가까워 부정행위가 쉽게 이뤄질 수 있었다는 점 등을 들어 연세대 측의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지난 10월 12일 연세대학교 2025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고사장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연세대 측 “공정성, 무효할 정도로 훼손되지 않아”

이에 대해 연세대 측은 수험생들이 ‘확인의 이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험 무효 확인 소송은 수험생들이 명확히 요구할 ‘이익’을 주장해야 하는데 수험생들에게 재시험 청구권이 없는 상황에서 시험만 무효화한다고 해서 수험생들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다는 것이다. 즉 이번 시험이 무효라고 해도 원고들이 합격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재시험을 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공정성 훼손을 따져볼 필요도 없이 소송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공정성 훼손 정도를 따져보더라도 시험을 무효로 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측은 “문제가 됐던 고사장은 건축공학과를 지원하는 학생들이 있던 곳이고 이곳의 채점 결과를 다른 건축공학과 지원자들이 있던 고사장 채점 결과와 비교해 볼 때 성적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만약 이들 대다수가 시험 문제를 미리 봐 이득을 봤다면 이곳 성적이 다른 고사장보다 어느 정도라도 높아야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인데 그런 차이가 발견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번 소송을 제기한 수험생들이 건축공학과 지원자도 아니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당사자의 지위에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수험생 측에 오는 13일 예정된 연세대 수리 논술 1차 합격자 발표 이후 소송의 목적을 손해배상 청구 등으로 바꿀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소송은 수험생들이 연세대에 시험이 무효임을 확인을 구하는 것인데 원고들의 지위가 어떻게 되는 건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불합격을 한다면 불공정한 시험에 대해 불합격 처분을 받았으니 손해배상 청구를 하고 그 전제로 이 시험이 무효라는 것을 전제 사실로 심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험생 측은 수험생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닌 공정한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라며 이를 거절했다. 수험생 측은 “논술 시험을 치른 17명에 대해서만 시험 무효 여부 판단을 받아보고자 한다”며 “1차 발표가 있을 오는 13일 이전에 최대한 결과가 나오길 원하기 때문에 결심을 구하고 빠른 선고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여러 기록 등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오는 1월 9일 오전 9시 50분에 해당 사건에 대한 선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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