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통신3사가 번호이동 실적을 서로 공유하며 조정한 행동이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준수를 위한 행정 지도에 따르기 위한 것이었으며, 단통법 위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는 배경과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맥락과 업계·방통위의 의견을 고려해 과징금 수준은 매출액의 1% 수준으로 결정됐다.
|
12일 공정위는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담합 행위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적용,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140억 2600만원을 잠정적으로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업자별로는 SK텔레콤이 426억 6200만원이고, LG유플러스(383억 3400만원), KT(330억 2900만원) 순이다. 과징금 산정 기준을 위한 매출액은 담합 기간 중 번호이동에서 발생한 금액이며, 이통사의 최종 매출액 자료에 따라 최종 과징금은 달라질 수 있다.
당초 업계에선 과징금 규모가 수조원에 다다를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공정위는 담합 행위가 일어났던 배경에 방통위의 행정지도 준수와 단통법 위반 예방이라는 목적이 있었음을 감안했다. 공정위는 방통위와 7차례 실무협의를 가졌고, 두 차례 전원회의에도 방통위가 참석해 의견을 냈으며 이같은 의견도 최종 결정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담합 과징금 고시에 따라 매출액의 최대 20%까지를 부과할 수 있는데,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계산해 최대치를 예상한 것”이라며 “1140억원도 가벼운 수준이 아니며, 이전에도 1% 미만이 부과된 적이 있어 1%가 가벼운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위는 통신3사가 ‘판매장려금’ 지급 수준을 사전에 공유·조정해 경쟁 시장의 질서를 저해한 담합을 실행했다고 판단해 조사해왔다. 판매장려금은 통신사가 자사의 할인율을 높이기 위해 휴대전화 판매점, 대리점 등에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공정위는 특정 사업자에게 번호이동 가입자가 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실적이 나쁜 사업자를 위해 판매장려금을 늘리고, 실적이 좋아지면 이를 다시 줄이며 판매장려금을 수단으로 이용했다고 봤다.
◇ “번호이동 순증감 조정은 ‘방통위 행정지도’ 벗어난 행위”
그러나 공정위는 이와 같은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시장상황반이 약 7년여간(2015년 11월~2022년 9월) 이어지며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고 판단했다. 매일 열린 상황반에서는 각 사의 번호이동 상황, 판매장려금 정보가 공유됐다. 문 국장은 “방통위는 판매장려금을 과도하게 차별 지급하는 행위에 대한 규제에 나섰지만, 피심인(통신3사)들은 그 규제 이상으로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를 조정하는 합의를 했다. 행정지도를 벗어난 합의에 대해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신3사의 담합 기간 중 번호이동 건수는 감소세를 보였다. 2014년 3000여건이었던 일평균 번호이동 순증감 건수는 담합 시작 이후인 2016년 200건 이내로 줄었다. 일평균 번호이동 총 건수는 2014년 2만 8872건에 달했던 것이 2016년 1만 5664건으로 45.7%나 축소됐고, 2022년에는 7210건까지 떨어졌다. 문 국장은 “번호이동 시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지원금이나 할인 혜택, 사은품 등 금전적·비금전적인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짚었다.
한편 공정위는 이번 담합 행위 적발로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활성화,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 감시를 강화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