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대규모 원금 손실 위기의 홍콩H지수 연계 ELS를 수조원어치 판매한 은행들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ELS ‘불완전 판매’에 대한 본격 조사 가능성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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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에서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중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판매 잔액은 총 8조4100억원 규모다. 상품 구조와 주가수준을 감안했을 때 현재 상태로는 3조~4조원대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ELS를 사모·공모를 통해 펀드(ELF)와 신탁(ELT) 형태로 판매해왔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지수 등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된다. ELT는 ‘홍콩H’는 물론 ‘닛케이 225’, ‘S&P500’, ‘유로스톡스50’ 등 각국 대표 지수 3개 정도를 연계한 상품이다.
이 원장은 금융기관이 소비자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서 가입 목적에 맞는 적합한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금소법의 취지에 맞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고위험 상품이 다른데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한테 특정 시기에 많이 판매됐다는 것만으로도 적합성 원칙을 지켰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노후 보장을 목적으로 만기 정기예금에 재투자하고 싶어하는 70대 고령 투자자에게 수십 퍼센트(%)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시중은행 중 ELS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을 겨냥했다. 금감원은 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시중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원장은 “ELS 판매액 19조원 중 8조원을 국민은행에서 판매했는데 피해 총량 규제가 느슨했다는 얘기도 있더라”며 “그렇게 따지면 증권사는 한도가 없는데 수십개 증권사를 합친 것보다 국민은행의 판매 규모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불완전 판매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마당에 빨리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이 일단 저희의 의무”라고 관련 현장조사 및 검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홍콩H지수 하락세가 지속하면서 시중은행들은 관련 지수 상품 솎아내기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이날 NH농협은행은 지난 10월 초 홍콩H지수 연계 원금비보장형 ELT 상품을 포함한 원금손실 우려가 있는 상품 일체의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상황에 따라 판매 중지 가능성을 열어 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