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M&A 15% 성장"…트럼프귀환에 '기업 빅딜' 활력

이소현 기자I 2024.12.30 17:25:33

WSJ "월가, 기업 간 거래 활성화 전망"
규제완화, 금리인하, 주식상승 기대
"2025년 M&A 10~15% 성장할 듯"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귀환으로 세금 등 규제 완화, 주식 시장 상승 등이 주요 긍정적 요인으로 꼽히면서 월가에선 내년 기업간 거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확실성은 여전히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트럼프 행정부 규제 완화 기대…“내년 M&A 10~15% 성장”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인의 재선 성공에 따라 내년 인수합병(M&A)을 포함한 투자, 파트너십 등 기업간 거래 전망에 대해 이같이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기록적인 거래량을 보인 2021년 이후 최근 몇 년간 기업 간 거래는 주춤한 상황이다. WSJ은 “시장 조사기관인 딜로직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2월 26일까지 전 세계 M&A 거래량은 전년 동기 같은 기간에 비해 약 12% 증가했지만, 거래 건수는 더 적고 거래량은 2021년 최고치를 훨씬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대표적 대규모 M&A는 지난 2월 미국 금융사 캐피털원의 신용카드 브랜드 ‘다이너스클럽’을 소유한 디스커버 파이낸셜 서비스를 약 350억 달러에 인수한 것과 지난 8월 엠앤엠즈 모회사인 미국 대형 식품업체 마즈가 프링글스 모회사인 켈라노바를 약 30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WSJ은 내년 트럼프 행정부에선 이러한 대규모 기업 간 거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선 기업 간 거래에 핵심인 규제 정책의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으로 공화당 소속의 앤드루 퍼거슨을 지명했다. 이는 전임자 리나 칸의 규제 강화를 해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올해 기술과 헬스케어와 같은 분야에서도 거래가 이뤄지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진 상황이라 월가에선 내년 FTC의 변화로 기업의 M&A를 포함한 거래 활동이 촉진되고, 거래량 반등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가 확정된 후 최근 대규모 거래 계획 소식이 알려지자 월가에선 이미 M&A 활동이 가열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기도 했다. 세계 3대 광고회사인 옴니컴 그룹은 지난 9일 세계 4대 광고회사 인터퍼블릭 그룹을 132억 5000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옴니콤은 주가가 상승한 시기를 이용해 주식만으로 인수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S&P 500지수는 올 들어 현재까지 약 25% 상승했다.

마크 소렐 골드만삭스 글로벌 M&A 공동 책임자는 “전 세계 기업들과 대형 거래 가능성에 대한 대화가 의미 있게 증가하고 있다”며 “2025년에는 10~15%의 잠재적 성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6일 새벽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멜라니아 트럼프 영부인이 손을 잡고 지지자들에게 손짓을 하고 있다(사진=AFP)
◇美 금리 인하로 투자 활성화 기대…“사모펀드도 활발”

금리 인하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인하 횟수는 줄어들겠지만, 인하 흐름은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리가 낮아지면 부채로 거래 자금을 조달하는 게 더 쉬워지고, 주가가 상승하면 기업은 자사 주식을 거래 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을 촉진하게 돼 기업간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세 차례 금리를 인하했으며, 내년에도 추가 인하를 예고했다.

도미닉 레스터 미국 투자 은행 제프리스의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 책임자는 “금융 시장이 다시 대형 거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방돼 있다”고 말했다. WSJ은 “금리 하락과 거품이 낀 시장은 합병 활동의 상당 부분을 주도하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사모펀드를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모펀드도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압박이 계속 커지면서 장기간 보유 자산을 매각하고 새로 조달한 자금을 재투자해 활발한 활동을 보일 전망이다. 마베시 쿠레시 로펌 호건 로벨스의 기업 금융 파트너는 “만약 사모펀드가 자산을 매각하고 기다릴 여유가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라며 과거에는 자산을 팔 때 기다릴 수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제 그 역학 관계가 바뀌었다”고 자산을 매각하고 새로 모집한 자금을 재투자해야 하는 상황으로 변화했다고 짚었다.

WSJ은 트럼프 당선인의 귀환으로 정책 변화와 금리 환경 개선은 거래 활성화의 촉매제가 될 수 있지만, 관세 및 규제 정책의 불확실성이 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와 캐나다 제품에 25%, 중국 제품에 추가 10% 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취임 이후 관세 인상 카드는 최대 불안 요소로 꼽힌다. 차기 재무부 장관으로 낙점된 스콧 베센트 지명자는 지명되기 전 투자자들에게 “관세라는 총은 항상 장전돼 협상 테이블 위에 놓여 있지만 거의 발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관세를 협상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미국 내 생산 비용 상승으로 기업 이익률 하락 과 거래 매력 감소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관세 회피를 위한 외국 기업의 미국 내 기업 인수가 증가할 가능성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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