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사주 성과급 전격 도입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의 오일선 소장은 17일 이데일리에 “성과급 중 일부를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받을 때 장단점이 존재한다”며 “자사주 성과급 제도 도입의 주요 이유가 무엇인지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소장은 “회사가 현금 유출을 줄이기 위한 것에 더 방점을 찍었다면 주식 성과급 지급은 재무구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식가치 상승으로 직원들에게 더 많은 이익을 얻게 해줄 목적이 강하다면 회사에 대한 소속감 등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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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성과급이 주목 받는 것은 소문이 무성했던 삼성전자의 제도 도입설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삼성전자(005930)는 이날 사내 공지를 통해 올해 임원들에 대한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하고 결정했다고 알렸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실적이 연초 세운 목표를 넘었을 때 초과 이익의 20% 한도 내에서 개인 연봉의 최대 50%까지 매년 한 차례 지급하는 제도다. 삼성전자가 OPI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는 이를 일반 직원에 적용하는 안까지 검토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외에 최근 SK하이닉스(000660)는 성과조건부주식(RS) 지급 방침을 밝혀 관심을 모았다. 한화그룹 역시 김동관 부회장을 비롯한 임원 성과급으로 주식을 지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격 도입 이후 이는 다른 기업들에 더 퍼질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주식보상제도가 재계에 점차 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에 대한 임직원의 소속감 강화가 첫 손에 꼽힌다. 임직원이 자사주를 보유하게 되면 실적 성장과 주가 상승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주식가치 상승으로 임직원들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경우 회사의 성과가 직접적인 이익으로 이어진다는 메시지가 더 확고해질 수 있다. 업무에 대한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 역시 최근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회사 입장에서는 현금 대신 주식으로 성과급을 줄 경우 재무 유동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회사와 임직원간 소속감 더 강화”
다만 주식가치 변동에 대한 리스크는 단점으로 꼽힌다. 추후 주가가 떨어질 수 있는 만큼 현금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임직원들은 불만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주식 성과급에 따른 근로소득세 외에 추후 양도소득세까지 내야 하는 이중 과세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계 한 고위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주식을 일정 가격에 살 권리를 부여하는 스톡옵션에 대한 선호가 다소 줄고 있다”며 “그 대신 바로 주식을 받을 수 있는 자사주 성과급은 규제 등의 측면에서 간편해 더 많은 기업들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삼성전자는 자사주 성과급 도입과 함께 각 사업부별 OPI 지급률을 확정 공지했다. 올해 반도체(DS)부문의 OPI는 메모리사업부, 파운드리사업부, 시스템LSI사업부 모두 14%로 책정했다. 완제품(DX)부문의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44%,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는 27%로 각각 정해졌다.
실적이 부진했던 생활가전(DA)사업부를 비롯해 네트워크사업부, 의료기기사업부는 각각 9%로 확정했다. 경영지원실과 하만협력팀, 삼성리서치는 각각 37%로 확정했고, 한국총괄은 34%로 책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40%로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