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기 첫날인 20일(현지시간) 무역파트너국에 관세 부과를 비롯한 무역협정 재검토 등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과감하게 드러냈다.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즉각적인 관세 부과 시행이 빠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캐나다와 멕시코에 최대 관세 25%를 부과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보편적 관세도 여전히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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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미국 우선 무역 정책’ 각서에는 미국의 무역정책을 재검토하고, 미국 노동자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가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 장관에게는 재무부 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협력해 미국의 무역적자의 원인을 조사하고, 경제 및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적절한 조치를 권고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1기 때처럼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특정 제품 수입을 제한 조치를 시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USTR에 다른 국가들의 불공정 무역관행을 검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을 권고하고, 재무부 장관에 관세, 기타 무역 관련 세금을 징수하는 대외세입청(ERS) 설립을 검토하도록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USTR에 내년 7월 예정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의 재검토를 준비하기 위한 협의 절차를 시작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멕시코는 중국산 수입품이 우회해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주요 경유지로 꼽혔는데, 향후 자동차를 포함한 주요 제조제품의 원산지 규정을 강화할 수 있다. USMCA는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시절 만든 협정이지만, 만약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폐기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각서에는 USTR이 미국이 체결한 기존 무역협정을 재검토하고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 국가들과 “상호적이며 공통으로 유리한 양허”를 얻거나 유지하는 데 필요하도록 적절한 개정을 권고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한미 FTA가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과거 인터뷰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를 거론하며 한미FTA 재개정을 시사한 점을 고려하면 재검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무역협정 재검토를 포함한 이런 검토 결과는 오는 4월 1일까지 제출하라고 구체적인 시점까지 적시했다. 취임 이후 약 3개월 후부터는 무차별적 통상 폭풍이 몰아칠 수 있음을 시사한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재무부에 주요 무역 파트너국의 환율 정책을 검토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달러 약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해 왔는데, 과거 플라자합의와 같은 ‘마러라고(트럼프 저택)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행정명령에는 즉각적인 관세 부과 방안은 빠지면서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신중한 관세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가 잠시 커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진행한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달 1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최대 관세 25%를 부과할 것이라고 엄포를 내리면서 전 세계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아직 준비는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에 25% 관세가 부과된다면 멕시코 공장에서 자동차를 조립해 미국에 수출하는 현대차를 비롯해 자동차부품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울프 리서치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약 970억달러 상당의 자동차 부품과 400만대의 완성차에 영향을 미치고, 평균 신차가격이 약 3000달러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중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중국과 대규모 관세전쟁을 피한다면 관세정책의 후폭풍은 예상보다 약해질 수 있지만, 중국이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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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미국 에너지 해방’이라는 행정명령에서 전기차 의무화 폐지를 명시했다. 그는 이 조치 중 하나로 불공정한 보조금 폐지 검토를 요구했다. 이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전기차 세액공제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내연 기관차의 판매를 제한하는 주(州) 정부의 배출 규제를 적절한 경우 폐지하고, 2030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50%를 전기차로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한 바이든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도 폐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미국을 석유시대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국내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에너지 비상사태 선포 △미국 에너지 생산을 제한하는 모든 연방 정책 중단·취소 △알래스카주 국립야생보호구역(ANWR) 관련 규제 철폐 △미국 연안에서의 신규 원유·가스 개발 금지 취소 등의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내 석유·가스 생산을 늘려 인플레이션을 잡는 동시에 수출을 늘려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무역파트너국에게는 관세를 무기로 미국 에너지 수입을 강제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