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과 유관기관이 공동으로 21일 주식시장 상장유지조건을 강화하고 상장폐지 절차와 기간은 단축하는 ‘상장폐지 제도 개편안’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2029년까지 코스피 상장사는 시총 500억원·매출액 300억원, 코스닥 상장사는 시총 300억원·매출액 100억원을 각각 하회할 경우 퇴출 대상이 된다. 단 매출액 조건은 2027년부터 적용된다.
하반기부터는 감사의견이 2회 연속 미달인 상장사는 즉시 상장폐지되고, 4월부터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에 드는 기간은 최장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시장 상장사의 상장폐지 절차는 3심제에서 2심제로 단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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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국 거래소의 시가총액 퇴출 요건을 보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C)는 5000만달러(한화 650억원), 일본 프라임은 100억엔(1000억원)로 국내 대비 높다.
기준이 강화가 완료되면 현 주식시장 거래 기준으로 코스피는 62개사(총 788개사 중 약 8%), 코스닥은 137개사(총 1530개사 중 약 7%)가 요건 미달에 해당하는 것으로 시뮬레이션 결과 조사됐다.
이상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에서 “우리나라 퇴출제도의 구성은 해외 주요국과 큰 차이가 없어 국제적 정합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퇴출 재무요건은 지나치게 낮고, 상장폐지 절차도 지나치게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의견 비적정 제도는 상폐를 지연하기 위한 ‘꼼수’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감사의견 비적정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실질심사 절차를 중단하기 때문이다.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기간이 국내는 2.4년으로, 주요국 평균 1.5년에 비해 길어진 주요 이유로 꼽힌다. 감사의견 미달은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상장폐지 사유 중 발생빈도가 236건으로 가장 높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도 마련됐다. 상장폐지 기업의 주식 거래를 위해 한국장외주식시장(K-OTC)에 ‘상장폐지 기업부’를 신설하고 6개월간 거래를 지원한다. 6개월 후에는 평가를 통해 적정하다고 판단되면 기존 K-OTC로 연계 이전할 수 있다. 또 상장폐지 심사 중인 기업의 개선계획 주요 내용도 공시하도록 해 투자자의 알 권리를 강화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우리 시장에 잔류하는 좀비 기업은 불공정 거래의 원상이 되고 투자자의 신뢰를 훼손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이러한 부실 기업에 대해서는 적시에 퇴출할 수 있도록 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협회를 중심으로 우려도 나왔다. 김준만 코스닥협회 상무는 “건실한 코스닥 상장사이지만 시장의 관심을 받지 못해 시가총액이 300억원 미만의 기업이 이의신청 과정 없이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미현 한국거래소 상무는 “관리종목 지정 이후 일정기간 시총 흐름을 보고 지정되므로 이의신청 절차와 유사한 효과가 있다”며 “실질심사에 따른 매매정지가 오히려 거래 편의성을 낮추기 때문에 시총은 형식적 요건으로 낮추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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