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컨 콘퍼런스 2026]
장기 봉쇄로 석유 공급 20% 타격
재고·비축유 등 완충 장치 약화
IMF, 유가 125달러 넘으면
물가 상승 등 경제 더 나빠져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전쟁은 길어지고, 에너지 충격은 잦아들 기미가 없다. 중동발 불안이 공급망과 물가, 성장 흐름까지 동시에 흔들면서 글로벌 경제가 이전과는 다른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진단이 ‘미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밀컨 콘퍼런스에서 쏟아져 나왔다. 단기 충격에 그치지 않고 변동성 자체가 일상화되는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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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버리힐스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서 참석자들은 전쟁과 지정학 리스크가 더는 일시적 변수가 아니라 경제를 규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에너지 시장에서 시작된 불안이 전 세계로 번지며 기존의 안정적 성장 경로를 흔들고 있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진앙은 원유 공급 부족이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글로벌 석유 공급의 약 20%가 영향을 받는 가운데 그동안 시장을 떠받쳐온 ‘완충 장치’가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마이크 워스 셰브론 최고경영자(CEO)는 “지금까지 유가를 억제해온 것은 상업 재고와 해상 물량, 전략비축유라는 세 가지 완충 장치였다”며 “하지만 이들 재고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물리적 완충 능력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 가격은 선물 중심으로 형성돼 있지만 실제 현물 가격은 훨씬 높은 수준이다”며 “공급 긴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공급 자체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워스 CEO는 “공급 중단이 장기화하면 이를 대체할 방법이 없어 실제적인 물리적 부족이 나타날 수 있다”며 “결국 가용 공급에 맞춰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IMF도 비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현재는 비교적 제한적인 영향 단계지만 상황은 매일 악화하고 있다”며 “유가가 배럴당 125달러 이상에서 이어진다면 경제 여건은 훨씬 더 나빠질 것이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넓은 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비료 가격 상승이 식료품 가격으로 이어지는 ‘2차 충격’이 대표적이다. 이는 물가 구조를 바꾸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진단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각국 기업의 대응은 충분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하메드 칸데 PwC 글로벌 회장은 “아무도 이런 장기 봉쇄를 예상하지 못했다”며 “에너지 비용이 40% 상승하면 결국 기업은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기존의 리스크 관리 체계가 단기 충격 대응에 머물러 있었음을 보여준다. 전쟁과 지정학 리스크를 반복하는 환경에서는 이러한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단기 충격을 전제로 한 대응이 아니라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이 반복되는 환경 자체를 전제로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워스 CEO는 “예측은 어렵다. 특히 미래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며 “단 하나의 미래에 고착되지 말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전략을 계속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가 급등, 해상 물류 차질, 지정학적 충돌 등 복합 변수들이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단일 전망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 | 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비버리힐스에서 열린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 2026에서 (왼쪽 두 번째부터) 모하메드 칸데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글로벌 회장,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아리엘 사르프슈타인 메르카도리브레 최고경영자(CEO)가 발언하고 있다.(사진=김상윤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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