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앞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전쟁 리스크가 서서히 드러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3월까지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봤으나, 4월부터는 미국 관세 정책 영향이 점진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철강 등을 중심으로 실적이 둔화할 것이란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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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8일 ‘2025년 2월 국제수지(잠정)’을 통해 올해 2월 경상수지가 71억 8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월(29억 4000만달러)보다 42억달러 이상 흑자 규모가 커졌다.
이는 2023년 4월(-24억3000만달러)에 적자를 기록한 뒤 22개월 연속 흑자다. 22개월 연속 흑자는 2000년대 들어 2012년 5월∼2019년 3월(83개월), 2020년 5월∼2022년 8월(27개월)에 이어 세 번째로 긴 흑자 기록이다. 또한 2월 흑자 폭은 같은 달 기준 2016년과 2017년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컸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는 81억 8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전달(29억 4000만달러)과 비교하면 흑자폭이 대폭 늘어났는데, 이는 전월 긴 설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등 계절적 요인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상품수지를 구성하는 항목 중 수출은 537억 9000만달러로 1년전보다 3.6% 늘어나면서 한 달만에 다시 증가 전환했다. 통관 기준으로는 반도체 수출이 2.5% 감소했으나 컴퓨터(28.5%) 중심으로 IT품목의 증가세가 지속했고, 자동차(18.8%), 의약품(28%) 등 비IT품목도 늘어났다.
수입은 456억 1000만달러로 전년동월비 1.3% 증가했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원자재의 감소세가 지속됐으나, 자본재 수입이 확대되고, 소비재도 늘어나면서 1개월 만에 증가 전환됐다.
본원소득수지는 26억 2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월 수준을 유지했다. 배당소득수지가 16억 8000만달러 흑자로, 전월(19억달러) 대비 흑자폭이 축소됐다. 이자소득수지는 12억달러 흑자로 전월(8억 8000만달러)대비 흑자폭이 확대됐다.
서비스수지는 32억 1000만달러 적자로 전월(-20억 6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여행수지는 겨울방학 해외여행 성수기가 종료되고, 전월의 설 장기연휴 기저효과 등으로 15억 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 전월(-16억 8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축소됐다.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는 8억 8000만달러 적자로 전월(-1000만달러)보다 적자폭이 늘었다.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 관련 지식재산권 사용료 지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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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2월 경상수지 호실적의 요인으로 트럼프발 관세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선수요가 있었다는 해석에 대해 “IT 부문의 견조한 증가세가 영향을 미쳤던 측면이 있었다”면서 “반도체 수출이 일시적으로 감소했으나 HBM, DDR5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를 중심으로 실적이 견조하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우리나라 경상수지 전망과 관련해서는 3월까지는 ‘괜찮은 수준’이라고 낙관하면서도 4월부터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송 부장은 “3월까지는 어느 정도 감내가 가능하지만, 4월 이후 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이 늘고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자동차, 자동차 부품, 철강 등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급격히 나빠진다기보다는 점차 시간을 두고 조금씩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은 글로벌 교역 둔화로 수출 감소 요인이 전방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나 트럼프 행정부가 아직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만큼, 앞으로 관세율이 어떻게 조정될지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송 부장은 “우회 수출을 하는 동남아 쪽에 있는 현지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글로벌 교역이 둔화하면 대중 수출도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앞으로 관세율이 어떻게 조정될지, 주변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상황을 예의주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