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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한인 관광객 납치사건 다시 미궁으로… 납치범 유치장서 자살

노컷뉴스 기자I 2012.10.08 22:56:40

검거된 당일 필리핀 경찰 유치장서 목매…납치피해자 행방은 묘연

[노컷뉴스] 살인사건을 저지른 뒤 필리핀으로 도피, 필리핀 현지에서 한국인 관광객들을 납치해 몸 값을 뜯어온 납치범 일당 중 한 명이 붙잡혔다.

실종된 납치 피해자의 행방을 찾는 실마리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잠시, 용의자가 검거 나흘만에 유치장에서 목을 매 숨지면서 사건은 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리나라 시각으로 지난 5일 저녁 10시쯤, 필리핀 마닐라에서 15시간 가량 떨어진 비콜 항구에서 김모(43)씨가 우리 경찰과 필리핀 현지 경찰의 공조로 붙잡혔다.

김 씨를 비롯한 일당 3명은 지난 2007년 경기도 안양에서 환전소 여직원을 살해하고 필리핀으로 도피한 뒤, 필리핀 현지에서는 한국인 관광객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는 인질강도 행각을 벌여왔다.

현재까지 피해가 밝혀진 것만 네 차례로, 김씨 등은 지난 2010년 11월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과, 8월, 9월에 필리핀에 관광을 온 한국인들에게 가이드를 해주겠다고 접근한 뒤 차량으로 납치해 가족들로부터 수천만 원의 몸값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19일에 납치된 회사원 홍모(32)씨의 경우, 가족들이 몸값을 보냈지만 지금까지 홍씨의 행방은 묘연한 상황이다.

경찰은 김씨 일당이 필리핀에서 발생한 납치와 강도, 살인 등 13건 이상의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 5월 일당 중 한 명인 또 다른 김모(40)씨가 현지 경찰에 붙잡힌데 이어, 이번에는 행동대장 격인 김씨가 검거되면서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여죄를 캐는 한편 납치 피해자의 행방을 밝히는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용의자 김모씨는 검거 나흘만인 8일 새벽 5시 45분쯤, 필리핀 경찰청 납치사건 수사단 건물 내 유치장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이날 새벽 2시쯤 어슬렁 거리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뒤, 본인의 소지품을 이용해 목을 맸으며, 손목에서도 손목을 그은 흔적이 발견됐다.

자신의 가족과 공범들에 대한 내용이 담긴 유서도 나왔는데, 작성일자가 8월 6일로 돼 있어 경찰은 김씨가 검거될 당시 이미 자신의 신변을 정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김씨가 검거될 당시 영상을 보면, 공개수배 전단의 모습과는 달리 오랜 은신생활로 많이 여윈 모습이었는데, 이국땅에서 숨여 살면서 외롭고 힘들지 않았겠냐는게 경찰의 추정이다.

문제는 실종된 납치피해자 홍씨의 행방이 다시 묘연해졌다는 점이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홍씨의 행방을 확보하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김씨가 숨지면서 사건은 다시 미궁으로 빠졌다.

경찰은 현재 필리핀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먼저 잡힌 김모씨를 국내로 압송하는 방안을 현지 경찰과 논의하는 한편, 아직까지 붙잡히지 않은 납치 주범 최모씨(46)을 검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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