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국정교과서 개발을 맡은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오는 20일까지 집필진을 구성하겠다고 4일 밝혔다. 집필기간은 1년으로 내년 11월 집필이 완료되면 감수와 현장 검토를 거쳐 2017년 3월부터 일선 중·고등학교에 국정 역사교과서가 보급된다. 그러나 많은 역사학자들이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을 거부하고 있어 집필진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편은 헌법·군사학자까지 포함, 집필진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대표 집필진에 신형식·최몽룡 명예교수 선정
지금까지 국편이 역사교과서 대표 집필자로 확정한 인사는 2명이다. 신형식 명예교수와 최몽룡 명예교수가 각각 고대사와 고고학 분야 대표 집필자를 맡는다.
신 명예교수는 서울대 역사교육과 출신으로 보수적 성향의 주류 사학자로 분류된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1994) △경기도 문화재위원(1995) △한국고대학회 회장(1997)을 역임했다. 2004년 이화여대 교수를 정년퇴임한 뒤에는 지난해까지 서울시 역사자문관 등을 지냈다. 저서에는 ‘삼국사기 연구’, ‘통일신라 연구’, ‘한국사학사’, ‘알기 쉬운 한국사’, ‘해외에 남아있는 한국고대사 유적’ 등이 있다.
고고학(상고사) 분야 대표 집필자로 선정된 최몽룡 명예교수는 서울대 고교인류학과를 졸업한 뒤 하버드대에서 인류학·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72년 전남대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1981년부터 2012년까지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2012년 열린 정년퇴임식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일로 1988년 2011년까지 23년간 ‘고등학교 국사교과서’ 편찬에 관여한 것을 꼽았다. 문화재위원회 위원(1999), 서울대 박물관 관장(1995) 등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한국고대국가 형성론’, ‘인류문명 발달사’, ‘한국 고고학 연구의 제 문제’ 등이 있다.
집필진에 역사 외 전공자 늘어날 수도
신형식·최몽룡 명예교수 외에도 지금까지 강규형 명지대 교수, 강종훈 대구가톨릭대 교수, 손승철 강원대 교수, 이기동 동국대 석좌교수, 양호환 서울대 교수, 허동현 경희대 교수, 최성락 목포대 교수 등이 집필진으로 거론되지만 아직 초빙이 확정되진 않았다.
국편은 역사교과서 집필진을 △선사 △고대사 △고려사 △조선사 △근대사 △현대사 등 시대별로 나눠 6명의 대표 집필자를 선정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모두 역사를 전공한 학자들이 포진하며, 국편이 예상한 전체 집필진 규모는 36~40명 수준이다.
하지만 역사학회 29곳과 87개 대학 698명의 역사계열 교수가 국정교과서 집필거부를 선언했기 때문에 집필진 구성에 난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논란이 많은 근·현대사 부분에서 역사학자 중심으로 집필진을 꾸리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앞서 회원 500여명을 보유한 최대 규모 학회인 한국근현대사학회는 지난달 15일 국정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국편은 집필진 참여 인사를 역사전공 뿐 아니라 법학, 정치, 경제 등으로 확대해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김정배 위원장은 “근현대사 집필진에는 정치·경제 전공자를 비롯해 헌법·군사학자까지 참여시켜 입체적인 역사가 되도록 집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자 외 집필진 비공개 선회···논란 재 점화
국편은 당초 집필진 구성이 완료되면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대표 집필진 외에는 비공개 방침으로 돌아섰다.
김정배 위원장은 “원고가 끝날 때까지는 집필자들을 편안하게 해 드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론에 이름이 오르내릴 경우 집필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집필진이 공개됐을 경우 불거질 편향성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국편은 좌·우 양 극단 인사는 집필진 선정에서 가급적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진재관 국편 편사부장은 “좌·우 양 극단의 인사가 집필에 참여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균형 잡힌 교과서를 만드는 데 있어 집필진 구성부터 신경을 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역사학자의 90%를 좌편향으로 규정한 상황에서 집필진을 좌·우 양극단을 배제하고 균형 있게 구성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그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한 보수성향 인사들이 집필진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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