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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끝 수출동맹’ 한·미 원전기업…K원전 득실은?

김형욱 기자I 2025.01.17 16:07:40

한전·한수원-웨스팅하우스, 지재권 분쟁 종결 합의
한수원, 올 3월 체코 원전 2기 수출 본계약 ''청신호''
비공개 합의탓 당장 중장기 득실 따지긴 어렵지만,
장기적으론 ''한미 원전 수출동맹'' 시너지 효과 기대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K원전’ 공기업과 1970년 초기 원천기술을 제공했던 미국 원전기업이 오랜 지적재산권(이하 지재권) 분쟁 끝에 ‘수출 동맹’을 맺었다. K원전은 이로써 올 3월 본계약을 목표로 진행 중인 20조원 규모 체코 원전 2기 사업 수주의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냈다.

다만, 양측이 이번 합의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공개하지 않았기에, 체코 사업 이후의 K원전 득실은 이들 기업의 추가 원전 수출이 성사된 이후에서야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전경. 체코 정부와 체코전력공사는 이곳에 원전 2기를 신설키로 하고, 지난해 7월17일(현지시간) 사업자 본계약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팀 코리아’를 선정했다. (사진=한수원)
◇“50년간의 전통적 협력 관계 복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과 한국전력(015760)공사(한전)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분쟁을 종결하기로 합의했다고 17일 밝혔다.

미국계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더는 한수원·한전의 원전 수출 추진 때 지재권을 주장하며 발목을 잡지 않게 된 것이다. 한전이 지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4기 사업을 수주하며 K원전 수출길을 열었을 때도 웨스팅하우스가 이를 문제 삼으며 결국 로열티 지급 등 내용을 담은 약정을 맺은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재작년 한수원의 폴란드 원전 수출 추진이나 이번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도 이를 문제 삼아 소송전을 벌여왔다.

이는 K원전 수출 과정에서 최대 불확실성으로 남겨져 왔다. K원전 측은 웨스팅하우스가 K원전 초기 원천기술을 전수해준 건 사실이지만, 2000년대 한국형 원자로 APR1400 개발과 함께 독자 수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으나, 우리의 첫 상업 원전인 고리 1호기를 짓는 과정에서 원천기술을 전수해 줬던 웨스팅하우스 측은 이 주장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양측의 주장은 한미 동맹관계라는 틀 안에서 법적으로 완전히 결론 나지 않은 가운데 20년 넘게 갈등의 불씨로 이어져 왔다.

웨스팅하우스에 있어 한전·한수원이 프랑스전력공사(EDF)와 함께 해외 원전 수주 과정에서 최대 경쟁자가 됐다는 점이 이 같은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었다. 현재 신규 원전(SMR 제외)을 지을 수 있는 기업은 중국·러시아를 빼면 이들 한·미·프 3개국 기업뿐이어서 중·러 기업의 참여가 어려운 지역에서 신규 원전 사업이 추진될 때마다 치열한 삼파전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번 협약으로 ‘한미 동맹’이 형성되면서 해외 원전 수출시장은 사실상 프랑스 대 한미 동맹 ‘이파전’으로 좁혀지게 됐다. 웨스팅하우스는 K원전 수출의 걸림돌이기도 하지만 웨스팅하우스 독자 원전 수출 과정에도 현대건설 등 한국 건설사가 함께 하는 만큼 이미 상당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 원전 건설 현장. (사진=연합뉴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양측이 지난 50년간의 전통적 협력 관계를 복원하며 해외 원전 수주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웨스팅하우스와 더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기업 간 협약의 배경에는 한미 정부간 약정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는 이번 협약에 앞선 이달 8일(현지시간) 미국 에너지부·국무부와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대한 기관간 약정(MOU)을 맺고 양국 원전 수출기업 과정에서 정부간 협력 창구를 만들기로 한 바 있다. 체코 원전 수주전을 둘러싼 양국 기업간 갈등이 양국 원전 동맹 체결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17일 성명에서 “양국 기업이 세계 원전 시장을 무대로 더 활발히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합의 효과는 지켜봐야…장기적으론 시너지”

K원전은 이로써 약 24조원으로 추산되는 체코 원전 2기 수주에 사실상 마지막 장애물을 완전히 걷어내게 됐다. 한수원은 지난해 웨스팅하우스·EDF와의 이곳 사업 수주 경쟁에서 이기고 같은 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양측은 올 3월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미간 합의가 체코 사업 본계약 체결 전에 이뤄졌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한수원-웨스팅하우스 간 어떤 합의를 했든 이를 체코와의 본계약에 반영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합의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현재로선 K원전의 득실을 따져보기는 어렵다. 업계 일각에선 웨스팅하우스는 유럽 시장 진출을 주도하고, K원전은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 나머지 지역 시장 진출을 주도하는 일종의 역할 분담 가능성이 나오지만, 공식 확인된 것은 아니다. 양측이 해외 원전사업 수주를 나누어 참여키로 했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했으면 EDF를 제치고 수주할 수 있는 사업을 웨스팅하우스가 참여해 놓친다면 양측 모두에 손실이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전문가는 “체코 원전 사업 순조롭게 추진할 수 있게 됐고 장기적으론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다만, 합의 내용을 모르기에 그 이후 단기적으로 어떤 효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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