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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P도 없이 고객사로 출근…네이버클라우드 FDE, AI 도입 공식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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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기자I 2026.11.01 18: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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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환 기술지원총괄(FDE 총괄) 전무 인터뷰
“인프라·모델만으론 AX 한계…현장에서 답 찾았다”
1년여 만에 수십 명 조직으로
과제 발굴부터 AI 내재화까지
자체 AI 풀스택 앞세워 국방·금융 폐쇄망 공략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처음에는 고객사 전산실에 인프라를 깔아주고 그 위에 우리 인공지능(AI) 모델을 올려주면 알아서 잘 쓰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고객도 힘들어하고 저희도 너무 힘들었습니다. 단순히 인프라와 모델이 있다고 AI 전환(AX)이 되는 게 아니더군요. 현장에서 수없이 ‘맨땅에 헤딩’하며 깨달은 결론이 바로 FDE입니다.”

정수환 네이버클라우드 기술지원총괄(FDE 총괄)전무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FDE(Forward Deployed Engineer·현장 배치 엔지니어) 조직을 만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AI 인프라와 모델을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의 업무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했기 때문이다.

정수환 기술지원 총괄(FDE 총괄) 전무.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수환 기술지원 총괄(FDE 총괄) 전무.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네이버클라우드는 1년여 전부터 현장 프로젝트를 통해 FDE 조직의 기틀을 다졌으며, 현재 수십 명 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주요 기업과 공공·국방 현장에 직접 들어가 고객의 AI 도입 과제를 발굴하고 해결하는 방식이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찾은 해법은 고객사에 직접 들어가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것이다. 고객이 요구사항을 정리해 발주하는 기존 시스템통합(SI) 방식과 달리, FDE는 고객이 무엇을 AI로 해결해야 할지조차 명확히 정하지 못한 단계부터 참여한다. 고객의 고민에서 출발해 과제를 발굴하고 시제품을 만든 뒤, 실제 업무에 적용해 고객이 스스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 전무는 기존 시스템통합(SI)과 FDE의 차이를 나무에 물을 주는 일에 비유했다. 그는 “누군가 나무에 물을 주고 있을 때 밖에서 보면 다 똑같이 물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무에 묻은 진흙을 씻어내고 있는 것일 수 있다”며 “겉으로는 기존 SI의 인력 파견과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FDE는 본질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RFP(제안요청서) 자체가 없이 처음 시작부터 고객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RFP 나오기 전부터 고객사로…오전에 문제 찾고 오후에 시제품 시연

기존 SI와 FDE의 가장 큰 차이는 고객과 만나는 시점이다. 기존 SI는 고객이 컨설팅 등을 거쳐 RFP를 내고, 사업자가 입찰을 통해 과제를 수주한 뒤 정해진 요구사항에 따라 시스템을 구축한다. 검수가 끝나면 사업도 마무리된다.

반면 FDE는 RFP가 나오기 전부터 고객과 만난다. 고객사의 최고경영자(CEO)나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주요 의사결정권자와 사업상 고민과 현안을 논의하고, AI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함께 찾는다. 고객의 막연한 기대를 실제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과제로 구체화하는 과정이다.

과제가 정해지면 FDE가 고객사에 직접 출근해 실제 업무와 데이터를 살핀다. 샘플 데이터와 기술을 결합해 시제품을 만들고,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며 수정과 보완을 반복한다.

정 전무는 “오전에 고객과 미팅하며 ‘어제 말씀하신 걸 샘플 데이터로 여기까지 구현해 봤는데 맞습니까’라고 확인하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점심을 먹고 와서 바로 수정본을 만들어 보여준다”며 “필요하면 현업 부서에 데이터를 요청해 연결하면서 매일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기술적 가능성을 검증한다”고 설명했다.

고객과 협업하는 방식도 정해져 있지 않다. 주 1회 방문하는 방식부터 사실상 상주하는 형태까지 고객의 업무 환경과 일정에 맞춰 현장에 들어간다. 고객의 우선순위가 바뀌면 과제도 달라진다. 처음 논의했던 AI 프로젝트보다 더 시급한 문제가 생기면 기존 계획에만 매달리지 않고 새로운 현안을 해결하는 데 집중한다. 정해진 개발 범위를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의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 것이 FDE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정 전무는 “FDE의 유일한 목표는 고객의 문제 해결이고, 궁극적으로 우리 스스로가 고객 그 자체가 되는 것”이라며 “팀원들에게도 고객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다면 ‘이건 안 될 텐데’라고 단정하지 말고 불법적인 것만 빼고 다 가져오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정수환 기술지원 총괄(FDE 총괄) 전무.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수환 기술지원 총괄(FDE 총괄) 전무.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팔란티어와 다른 무기…IDC·GPU부터 자체 모델까지 AI 풀스택

글로벌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가 FDE라는 직무와 운영 방식으로 주목받았지만, 네이버클라우드는 자체 AI 인프라와 모델을 함께 보유한 점을 차별화 요소로 내세운다.

데이터센터(IDC)와 전력, GPU·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등 인프라부터 자체 AI 파운데이션 모델, 모델 서빙 플랫폼, AI 에이전트까지 폭넓은 기술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FDE가 고객 현장에서 문제를 발견하면 이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인프라부터 서비스까지 연결할 수 있다는 게 네이버클라우드의 판단이다.

정 전무는 “팔란티어가 저희보다 10년 앞서 시작해 인적 자원과 플랫폼에서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자체 데이터센터나 인프라, 자체 모델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네이버클라우드는 바닥의 IDC와 전력, GPU부터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과 서빙 플랫폼, 에이전트까지 보유하고 있어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기술적 문제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FDE가 지향하는 또 다른 목표는 고객의 AI 내재화다. 네이버클라우드가 고객의 AI 시스템을 계속 대신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고객이 직접 AI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FDE가 고객 업무에 맞는 AI 에이전트 등을 구현하지만, 이후에는 고객이 스스로 개발할 수 있는 도구와 플랫폼을 제공한다. 고객사의 기술 수준과 업무 환경에 맞춰 기초 교육부터 에이전트 개발 심화 교육, 임원 대상 교육까지 지원한다.

정 전무는 “처음에는 우리가 만들어 드리지만 그다음에는 고객이 스스로 만들 수 있는 툴이나 플랫폼을 드리는 게 목적”이라며 “만들어 놓은 AI가 현업에서 방치되지 않도록 왜 안 쓰는지 계속 확인하고 품질을 개선해 실제 업무에 안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수환 기술지원 총괄(FDE 총괄) 전무.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정수환 기술지원 총괄(FDE 총괄) 전무. 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군인 될 각오로 부대 출근”…국방·금융 폐쇄망 공략

FDE의 역할은 국방·금융·공공 등 보안이 엄격한 분야에서 더욱 중요해진다. 외부 인터넷 접속이 제한된 폐쇄망에서는 외부 AI 모델과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렵다. 고객 내부의 시스템과 데이터, 보안 규정을 이해하지 못하면 기술을 도입하더라도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쉽지 않다.

특히 국방 분야는 보안 절차와 데이터 접근 제한이 까다롭다. FDE가 실제 문제를 파악하려면 필요한 보안인가 절차를 거쳐 부대와 현장에 직접 들어가야 한다.

정 전무는 국방 분야에 투입되는 FDE들에게 “군인이나 군무원이 될 각오로 출근하라”고 강조한다. 고객의 업무와 환경을 깊이 이해해야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이날 인터뷰에 함께한 국방 담당 이소은 네이버클라우드 FDE 컨설팅&플래닝 리더는 현장에 들어가 고객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신뢰가 쌓인다고 설명했다.

이 리더는 “군 장성들을 만나면 ‘군대의 문제는 직접 부대에 들어와 데이터를 보고 경험해야만 풀 수 있으니 꼭 들어와 달라’는 말씀을 가장 많이 하신다”며 “엄격한 보안 때문에 지연됐던 과제들을 현장에 직접 들어가 데이터를 보며 문제를 정의하고, AI가 안착할 때까지 함께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장에서 고객이 당면한 문제를 저희 문제처럼 같이 해결하는 경험이 쌓이면 신뢰가 형성된다”며 “처음에는 표면적인 과제만 말씀하시던 고객들도 신뢰가 쌓인 뒤에는 진짜 핵심 문제를 털어놓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정 전무는 소버린(주권) AI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국산 자체 모델을 사용하는지가 중요한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고객이 데이터와 모델, AI 시스템의 작동을 얼마나 직접 통제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국산 모델을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소버린 AI의 주제는 고객이 실질적인 통제권을 갖고 있느냐로 넘어가고 있다”며 “고객에게 통제권을 제공하는 것이 네이버클라우드가 추구하는 소버린 AI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FDE 인재 전략은 한 사람이 고객의 문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결하는 ‘슈퍼스타 FDE’를 지향한다. 현실적으로 한 사람이 모든 분야를 담당하기는 어려워 현재는 컨설팅·개발·AI 기술 등 각 분야의 전문 인력을 팀으로 구성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네이버와 계열사 내부의 우수 인재를 우선 발탁하고, 고객의 산업과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현장에서 배우는 자세를 중시한다.

FDE 인력의 처우 개선도 과제다. 현장에서 높은 책임과 전문성을 요구받는 만큼 이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정 전무는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하며 CEO와도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게 올해 제 숙제”라고 덧붙였다. 우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려면 전문성에 걸맞은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정 전무는 “고객으로부터 ‘직원들이 AI를 꽤 많이 쓴다’, ‘써보니 괜찮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개발시간 단축이나 비용 절감 등 FDE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측정한 공식 사례는 아직 없다. 고객의 AI 활용을 실제 업무 변화로 연결하고 성과를 입증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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