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유럽 최대 공조기업 플랙트그룹 2.3조원에 인수
삼성전자는 14일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Triton)이 보유한 플랙트그룹 지분 100%를 15억유로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 약 2조3700억원에 달하는 대형 인수합병(M&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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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랙트그룹은 △데이터센터 △박물관·도서관 △공항·터미널 △대형 병원 △가정 △학교 등 65개국의 다양한 시설에 고품질·고효율의 공조 설비를 공급해왔다. 글로벌 톱 제약사, 헬스케어, 식음료, 플랜트 등 대형 고객만 60곳 이상이다. △영국 사우스웨스트 데이터 센터 및 미드랜드 데이터 센터 △영국 마이크로소프트 ‘더블린 캠퍼스’ △네델란드 UMCG 대학병원 데이터 센터 △이탈리아 ‘로마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 △UAE ‘힐튼호텔’ 등이 주요 공급 사례다.
플랙트그룹은 특히 글로벌 대형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냉각액을 순환시켜 서버를 냉각하는 액체냉각 방식인 CDU(Coolant Distribution Unit)에서 업계 최고 수준의 냉각용량·냉각효율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데이터센터 업계의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DCS 어워즈 2024에서 혁신상(DATA Center Cooling Innovation of the Year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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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공조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인수를 전격 결정했다. 생성형 AI와 로봇, 자율주행, 확장현실(XR) 등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지고 있어 사업 기회가 크다고 판단했다.
실제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은 지난해 610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990억달러로 연평균 8% 성장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달러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로 공조 시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조 시장은 미래가 유망하지만 글로벌 공급 경험, 최적의 설계와 솔루션 제시 역량을 갖춰야하는 등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이에 삼성전자는 M&A 및 합작법인으로 공조사업의 경쟁력을 키워왔다. 지난 2014년 미국 미국 시스템에어컨 유통전문회사 콰이어트사이드를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북미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조직을 정비했다. 생활가전 담당 DA사업부는 전략마케팅팀 소속이던 에어솔루션 사업 담당 부서를 지난해 7월 ‘에어솔루션비즈니스 팀’으로 승격시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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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로 가정과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시장 중심의 ‘개별 공조’에 더해 공항·쇼핑몰·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 공조’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냉난방공조 사업의 시너지도 예상된다. 두 회사가 가진 판매 채널의 강점을 활용하거나 AI, 스마트싱스(SmartThings) 기반의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b.IoT)과 플랙트그룹 공조 제어 솔루션을 결합할 수 있다. 삼성의 글로벌 자재 소싱 능력과 제조 노하우도 시너지를 키울 수 있는 요인이다.
삼성전자는 연내 플랙트그룹 인수 절차를 마칠 계획이다. 또 신성장 분야에서 M&A를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은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