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아동·청소년 SNS 금지법, 부모 동의 시 면책조항 검토해야”

이지은 기자I 2025.01.06 14:27:11

입법처 ''호주 SNS 금지법과 입법적 시사점'' 보고서
국내 금지 찬성 57%…22대 국회서 여야 모두 법안 발의
"상호 연계·학습 등 장점 원천 배제…기본권 크게 제한"
"SNS 법적 정의 없어…개인정보 유출 방지 근거 둬야"

[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아동·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이용을 제한하는 입법을 추진할 경우 부모 동의 시 면책하는 규정까지 함께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진단이 나왔다. 상호연계, 학습 등 SNS의 장점들을 감안하면 아동·청소년들의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령확인 과정에서 수집한 개인정보의 유출을 막기 위한 규정도 미리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다.

서울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앞에 딥페이크 예방 관련 포스터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6일 국회입법처의 ‘호주의 아동·청소년 소셜미디어금지법 통과와 입법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9일 호주는 만 16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의 SNS 계정 소유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개정한 법률안 ‘온라인안전법’을 통과시켰다. 앞서 미국과 프랑스에서도 관련 법안이 이미 입법화된 바 있으나, 호주는 연령제한 기준과 부모 동의 아래 계정을 소유할 수 있다는 면책 조항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최근 호주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개국을 대상으로 지난해 6~7월 진행된 입소스 조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입법에 찬성하는 비율은 한국이 57%로 절반을 넘었다. 이런 호의적인 여론에 힘입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법안들이 22대 국회에 상정된 상태다.

법안에는 아동·청소년들로 하여금 SNS를 통해 노출되는 유해 정보를 막고 신체·정서적 피해에 대응하고자 하는 취지가 반영됐다. 실제로 교육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고등학생 가운데 SNS를 사용하지 조사에 따르면 SNS에서 보내는 시간으로 공부, 대인관계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는 비율은 36.8%에 달했다. SNS를 쓰지 못할 때 불안감이나 초조함을 느낀다는 비율은 22.1%, SNS 사용에 따른 부정적 감정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는 비율은 12%로 나타났다. SNS를 통해 딥페이크 영상 유포와 성범죄, 마약 등 다양한 범죄 피해 사례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국내에서 법제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호주 입법례 과정에서 제기된 다양한 비판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온라인상의 유대관계와 정치적 소통, 미래의 경력 개발 등 SNS를 이용하는 장점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비판이 있고, 아동·청소년의 SNS 이용 문제점이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다”라며 “특정 연령대를 대상으로 하는 규제는 표현의 자유뿐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행복추구권을 비롯해 여러 기본권을 크게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어린이가 가족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입법처는 호주의 입법 과정에서 배제됐던 면책 규정의 도입 여부에 대해서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개별 주법이나 프랑스의 입법례에서는 부모의 동의하에서 일정 연령대 아동·청소년의 SNS 계정을 허용하고 있다”며 “SNS 활용이 주는 다양한 장점을 고려할 때 일률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기보다는 부모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방식을 통해 SNS 사용을 제한할 경우 기본권 제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법적 규제의 대상이 되는 SNS플랫폼의 범주가 너무 광범위해지지 않도록 명확한 정의 규정도 필요하다는 당부도 따랐다. 현재 국내에서는 법률상 소셜미디어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고, 22대 국회서 발의된 법률안에서는 댓글서비스가 가능한 일반적인 사이트가 모두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연령 확인 과정에서 수집한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서는 별도의 근거 규정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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