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탄핵심판정 선 尹 '법정정치' 이어갈까

박종화 기자I 2025.01.21 16:42:54

계엄 이후 처음으로 외부에 모습 드러내
''국헌 문란'' 부인하며 계엄정당성 강변
직접 변론 통해 지지층 결속 의도도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론 자신의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했다. 직접 변론을 통해 계엄 정당성을 강변하고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 심판 변론에 출석했다. 헌정사상 대통령 탄핵은 세 차례(노무현·박근혜·윤석열) 있었지만 이중 자신의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한 건 윤 대통령이 유일하다. 지난달 비상계엄 사태 후 처음으로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이나 관저가 아닌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은 주 2회 꼴로 열리는데 그때마다 매번 출석해서 발언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 생각이다.

◇尹 “난 자유민주주의 신념 갖고 살아온 사람”

윤 대통령은 이날 심판 시작 직후 재판장인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에게 발언 기회를 얻어 “저는 철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특히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계엄선포 후 계엄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 있느냐”는 문 대행 물음에 “없다”고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받았다는 비상입법기구 설치 관련 쪽지에 대해서도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그리고 나중에 이런 계엄 해제한 후에 한참 이따가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걸 기사에서 봤다”고 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국회 활동을 금지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국회 ‘불법 활동’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며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건 “거대 야당의 망국 행태”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변론에서도 부정선거론을 제기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전 선거 공정성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드는 여러 사정이 있었다”며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낸 건)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었음을 이해해달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대리인단이 부정선거론을 강변하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 발언은 내란의 핵심 요건인 국헌문란을 부인하고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소추인단은 윤 대통령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것이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고 본다. 국회를 대체할 비상입법기구를 설치 기도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무리한 주장시 부정적 효과 가능성도

윤 대통령이 직접 법정 변론에 나선 데는 지지층을 더욱 강하게 결속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이 서면이나 영상, 변호인단 등을 통해 내보낸 주장을 근거로 탄핵의 부당성을 외치고 있다. 이날도 헌재 인근엔 윤 대통령 지지자 4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윤 대통령을 응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탄핵 피청구인이 자기 재판에 나가는 건 당연하다. 심판에서의 유불리를 얘기할 순 없을 것 같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헌재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고 메시지를 내면 지지층에 영향을 줄 순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전략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진 미지수다. 무리한 주장을 이어갈 경우 탄핵 심판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난 주말 윤 대통령 구속에 반발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사건에서 보듯이 지지층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변호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직접 자기 변론에 나서는 걸 검토했지만 정국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을 우려한 참모진 반대로 이를 접은 걸로 알려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무리한 주장으로 헌재 결정을 돌릴 순 없다는 건 윤 대통령도 알 것”이라면 “그럼에도 헌재에 나가는 건 지지층을 결집해 혹시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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