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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 심판 변론에 출석했다. 헌정사상 대통령 탄핵은 세 차례(노무현·박근혜·윤석열) 있었지만 이중 자신의 탄핵 심판에 직접 출석한 건 윤 대통령이 유일하다. 지난달 비상계엄 사태 후 처음으로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이나 관저가 아닌 외부에 모습을 드러낸 날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은 주 2회 꼴로 열리는데 그때마다 매번 출석해서 발언하겠다는 게 윤 대통령 생각이다.
◇尹 “난 자유민주주의 신념 갖고 살아온 사람”
윤 대통령은 이날 심판 시작 직후 재판장인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에게 발언 기회를 얻어 “저는 철들고 난 이후로 지금까지 특히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신념 하나를 확고히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 계엄선포 후 계엄해제 결의를 위해 국회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 있느냐”는 문 대행 물음에 “없다”고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이 받았다는 비상입법기구 설치 관련 쪽지에 대해서도 “저는 이걸 준 적도 없고, 그리고 나중에 이런 계엄 해제한 후에 한참 이따가 언론에 이런 메모가 나왔다는 걸 기사에서 봤다”고 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국회 활동을 금지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국회 ‘불법 활동’을 금지하기 위한 것이며 국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건 “거대 야당의 망국 행태”를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변론에서도 부정선거론을 제기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전 선거 공정성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이 드는 여러 사정이 있었다”며 “(선관위에 계엄군을 보낸 건)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었음을 이해해달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대리인단이 부정선거론을 강변하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이날 윤 대통령 발언은 내란의 핵심 요건인 국헌문란을 부인하고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윤 대통령 탄핵 소추인단은 윤 대통령이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한 것이 헌법기관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국헌 문란에 해당한다고 본다. 국회를 대체할 비상입법기구를 설치 기도 의혹 역시 마찬가지다.
◇무리한 주장시 부정적 효과 가능성도
윤 대통령이 직접 법정 변론에 나선 데는 지지층을 더욱 강하게 결속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미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이 서면이나 영상, 변호인단 등을 통해 내보낸 주장을 근거로 탄핵의 부당성을 외치고 있다. 이날도 헌재 인근엔 윤 대통령 지지자 4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여 윤 대통령을 응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탄핵 피청구인이 자기 재판에 나가는 건 당연하다. 심판에서의 유불리를 얘기할 순 없을 것 같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헌재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고 메시지를 내면 지지층에 영향을 줄 순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전략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진 미지수다. 무리한 주장을 이어갈 경우 탄핵 심판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지난 주말 윤 대통령 구속에 반발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사건에서 보듯이 지지층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과거 변호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직접 자기 변론에 나서는 걸 검토했지만 정국 혼란이 가중될 가능성을 우려한 참모진 반대로 이를 접은 걸로 알려졌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무리한 주장으로 헌재 결정을 돌릴 순 없다는 건 윤 대통령도 알 것”이라면 “그럼에도 헌재에 나가는 건 지지층을 결집해 혹시 탄핵이 인용되더라도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