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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그 가격엔 안 사요”…파리 날리는 조단위 M&A 매물

허지은 기자I 2025.04.07 16:52:22

‘매각 난항’ CJ제일제당, 회사채 발행 선회
HPSP·클래시스 매각전도 완주 미지수
MBK 빠진 시장…조단위 매물 소화 난항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기대를 모았던 조(兆) 단위 빅딜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전환했다. CJ제일제당(097950)은 최대 8조원까지 거론되던 그린바이오 사업부 매각이 난항을 겪자 공모채 발행으로 선회했고, 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각축전으로 흥행이 기대됐던 HPSP(403870)와 클래시스(214150) 역시 최종 딜이 성사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MBK파트너스가 대형 딜에서 줄줄이 발을 빼면서 인수할 만한 후보가 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챗GPT를 활용한 이미지]
◇ 그린바이오 안 팔리자…CJ제일제당, 공모채 노크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이번주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발행 규모는 3년물 2000억원, 5년물 1000억원 등 총 3000억원 규모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6000억원까지 증액할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이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건 지난해 1월 이후 1년 3개월여만이다.

CJ제일제당이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건 그린바이오 사업부 매각 지연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CJ제일제당은 매각 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하고 그린바이오 사업부 매각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던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매각전에서 발을 빼면서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읽히는 모양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그린바이오 사업부 몸값은 5조~6조원 수준이다. 라이신, 트립토판 등 사료용 아미노산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라는 지위를 고려하면 최대 8조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수조원대 그린바이오 사업부 매각으로 재무 구조 개선을 노리던 CJ제일제당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그린바이오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는 한편 2조원이 넘는 기업어음(CP)을 발행하며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J제일제당이 올해 들어 지난 4일까지 조달한 CP 규모만 2조7800억원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지난해 연결기준 순차입금비율은 79.6%, 부채비율은 146.3%에 달한다.

◇ 몸값 간극 여전하네…HPSP·클래시스 ‘개점휴업’

최대 2조원대 몸값이 기대되던 HPSP 역시 매각 본입찰을 잠정 중단했다. 지난 2월 예비입찰에 MBK파트너스와 블랙스톤, 베인캐피탈 등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들이 대거 뛰어들며 흥행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후 논의 과정에서 몸값이 지나치게 비싼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최대주주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는 매각 대상인 지분 40.9%의 가치로 2조원 수준을 기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HPSP 시가총액이 2조원을 밑돌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졌다. 결정적으로 HPSP 딜에서도 유력 후보로 꼽히던 MBK파트너스가 빠지면서 뚜렷한 원매자가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피부미용 의료기기 기업 클래시스(214150) 역시 최근 진행한 예비입찰에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칼라일, 힐하우스캐피털 등 유수의 해외 사모펀드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클래시스 최대주주 베인캐피탈 보유 지분(60.84%)의 지분 가치만 2조3000억원에 달해 높은 몸값에 대한 시각차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에선 MBK파트너스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빅딜을 주도할 만한 플레이어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의 전방위 검사를 받고 있고, 검찰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받고 있다. 국내에서 MBK파트너스를 대체할 만한 대형 사모펀드가 많지 않은데다, 여론을 의식해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내 한 대형 사모펀드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연루된 일련의 사태 이후 사모펀드 업계 전반에 대한 시장 신뢰도가 훼손됐다는 의견이 많다”며 “저평가된 기업을 발굴해 기업가치를 개선시킨 뒤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바이아웃 전략을 펼치는 사모펀드일수록 대형 딜에 적극 뛰어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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