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3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제한(19인) △신규 이사 선임(MBK·영풍 측 14인, 최 회장 측 7인) 등의 안건을 심의·표결한다.
제 1-1호 의안인 ‘집중투표제’는 이번 임시 주총의 핵심 안건이다. 이사 선임 시 1주당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각 주주에 부여하는 제도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의 개인 회사인 유미개발이 제안한 안건이다. 의결권 행사 시 ‘3%룰’이 적용돼 지분 경쟁에서 MBK·영풍 측에 밀리는 최 회장 측의 승부수로 평가된다.
3%룰이 적용되면 지분 구도는 크게 바뀐다. MBK·영풍 연합은 지분 40.97(의결권 기준 46.7%)를 보유 중이지만 3%룰에 따라 지분이 23.15%로 줄어드는 반면 최 회장 측은 17.50%(의결권 기준 20%)에서 33.37%로 지분이 오히려 늘어나는 효과를 받는다.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의 이탈이 없다면 최 회장 측이 56.76%의 의결권을 확보해 압승이 예상된다.
최 회장 측 우호 세력 중에선 한화그룹의 표심이 가장 중요하다. 한화그룹은 미국 계열사인 한화 H2Energy USA·한화임팩트·한화 등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 중인데, 3%룰을 적용하면 한화그룹 의결권은 10% 가량이다. 3%룰 적용시 MBK·영풍 측의 지분이 23.15%인 만큼 한화그룹이 최 회장 측에 등을 돌릴 경우 MBK·영풍의 승리를 점쳐볼 수 있는 상황이다.
◇ 국내외 큰손, 집중투표제 도입 ‘온도차’
국내외 기관 및 개인이 보유한 지분은 7.89%로, 대부분이 외국계 기관이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룰 적용시 이들의 의결권은 15.07%다.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 표를 던진 점은 기타 외국계 투자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연금이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주더라도, 외국인 지지가 없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가처분 결과 따라 흔들…법원 판단 촉각
오는 21일 이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 법원의 의안 상정 금지 가처분 결정 결과도 중요하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지난 17일 열린 가처분 첫 심문 기일에서 “기록을 최대한 검토하고 21일을 넘겨서 결정할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MBK·영풍 측이 제기한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금지 가처분 기각 시 최윤범 회장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집중투표제와 관련한 상법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다. 상법상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됐다. MBK·영풍은 유미개발의 주주 제안이 있었을 당시 고려아연 정관에서 집중투표를 허용하지 않았기에 절차적인 하자가 있다는 주장인 반면, 고려아연은 판례상으로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안건 상정이 인정되고 있어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법적 다툼을 전담하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해 MBK·영풍 측이 제기한 두 차례의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모두 기각 결정을 내리며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