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외국인 표심·가처분 변수…미리보는 고려아연 임시주총

허지은 기자I 2025.01.20 17:49:23

‘3%룰’ 적용시 MBK·영풍 지분 23%로 축소
‘집중투표제 도입’ 표결 국내외 기관 양분
최 회장, 가처분 기각 시 승기 확보 전망
현대차·한화 등 우호 지분 이탈 없다면 압승

[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리는 고려아연(010130) 임시 주주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큰 손’ 기관 투자자들의 표심이다. 앞서 국내 최대 기관 투자가인 국민연금은 최윤범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준 가운데 세계 최대 국부펀드와 미국 최대 공적 연기금 등은 MBK·영풍 편에 설 것을 예고했다. 오는 21일 전에 나올 법원의 의안 상정 금지 가처분 결정 결과도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 3%룰 적용 시 최 회장 의결권 33%로 역전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3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임시 주총을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제한(19인) △신규 이사 선임(MBK·영풍 측 14인, 최 회장 측 7인) 등의 안건을 심의·표결한다.

제 1-1호 의안인 ‘집중투표제’는 이번 임시 주총의 핵심 안건이다. 이사 선임 시 1주당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각 주주에 부여하는 제도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의 개인 회사인 유미개발이 제안한 안건이다. 의결권 행사 시 ‘3%룰’이 적용돼 지분 경쟁에서 MBK·영풍 측에 밀리는 최 회장 측의 승부수로 평가된다.

3%룰이 적용되면 지분 구도는 크게 바뀐다. MBK·영풍 연합은 지분 40.97(의결권 기준 46.7%)를 보유 중이지만 3%룰에 따라 지분이 23.15%로 줄어드는 반면 최 회장 측은 17.50%(의결권 기준 20%)에서 33.37%로 지분이 오히려 늘어나는 효과를 받는다. 현대차, 한화, LG화학 등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의 이탈이 없다면 최 회장 측이 56.76%의 의결권을 확보해 압승이 예상된다.

최 회장 측 우호 세력 중에선 한화그룹의 표심이 가장 중요하다. 한화그룹은 미국 계열사인 한화 H2Energy USA·한화임팩트·한화 등을 통해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 중인데, 3%룰을 적용하면 한화그룹 의결권은 10% 가량이다. 3%룰 적용시 MBK·영풍 측의 지분이 23.15%인 만큼 한화그룹이 최 회장 측에 등을 돌릴 경우 MBK·영풍의 승리를 점쳐볼 수 있는 상황이다.

◇ 국내외 큰손, 집중투표제 도입 ‘온도차’

집중투표제 도입에 대해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의 입장은 엇갈리고 있다. ‘캐스팅 보트’로 꼽히는 국민연금은 지난 17일 집중투표제 도입에 찬성표를 던졌으나 이후 세계 최대 국부펀드로 꼽히는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NBIM), 미국 1·2위 공적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과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이 연달아 반대표를 결정했다. 노르웨이 정부 연기금은 고려아연 지분 1.04%를 보유 중이다.

국내외 기관 및 개인이 보유한 지분은 7.89%로, 대부분이 외국계 기관이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3%룰 적용시 이들의 의결권은 15.07%다.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고려아연의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 표를 던진 점은 기타 외국계 투자자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민연금이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주더라도, 외국인 지지가 없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가처분 결과 따라 흔들…법원 판단 촉각

오는 21일 이전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는 법원의 의안 상정 금지 가처분 결정 결과도 중요하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지난 17일 열린 가처분 첫 심문 기일에서 “기록을 최대한 검토하고 21일을 넘겨서 결정할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MBK·영풍 측이 제기한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 선임 금지 가처분 기각 시 최윤범 회장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집중투표제와 관련한 상법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렸다. 상법상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됐다. MBK·영풍은 유미개발의 주주 제안이 있었을 당시 고려아연 정관에서 집중투표를 허용하지 않았기에 절차적인 하자가 있다는 주장인 반면, 고려아연은 판례상으로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안건 상정이 인정되고 있어 법적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한 법적 다툼을 전담하고 있다. 재판부는 지난해 MBK·영풍 측이 제기한 두 차례의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모두 기각 결정을 내리며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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