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정부 배상책임 2심도 인정

최오현 기자I 2025.01.17 16:36:43

法 "베트남 국민 원고에게 3000만원 배상"
정부 측 소멸시효 완성·위장 베트콩 주장 모두 배척

[이데일리 최오현 기자]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공격으로 가족들이 살해됐다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베트남인이 항소심 재판에서도 승소했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의 생존자인 응우옌 티탄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2심 선고 공판이 열린 1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사건의 원고인 응우옌 씨가 소송을 도운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네트워크’ 관계자들에게 승소 소식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민사3-1(부장판사 이중민 김소영 장창국) 는 17일 손해배상 청구 선고기일에서 정부가 응우옌씨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와 그 가족에 대한 살상의 주체가 성명불상의 대한민국 국군 해병 제2여단 1중대 부대원들임을 인정하고, 국가배상법 적용 배제, 소멸시효 완성 등 피고 주장을 모두 배척해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응우옌씨 가족을 살해한 군인들이 한국군이 아닌 위장 북한군 또는 베트콩이라는 정부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부 측이)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도 마치 객관적 조사를 거쳐 확인된 것처럼 ‘위장 공격’ 주장을 반복한다”며 “주월한국군 작성 자료, 인접 지역에서 작전 중이던 미국 해병 부대원과 남베트남 민병대원, 해병 제2여단 1중대원 등의 진술 등 증거를 종합할 때, 해병 제2여단 1중대가 1968년 2월 12일 작전 수행 중 일부 부대원들이 원고와 그 가족을 비롯한 퐁니 마을 주민들을 총과 총검 등으로 공격해 살상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소멸시효가 완성됐고 국가간 약정에 의해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사라졌으며 대한민국 법률이 아닌 베트남 법률에 의거해야된다 정부 측 주장도 모두 배척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응우옌씨가 7세에 불과했고 주권면제 원칙상 원고가 대한민국 외의 곳에서 피고에 대해 국가배상청구를 할 수 없는데 국교 단절로 배상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웠던 점, 정부가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가 그 장애사유의 조성과 유지에 실질적, 적극적으로 기여했다”며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해 배상책임의 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 권력적 작용으로 인한 책임을 묻는 사안으로 대한민국의 국가배상법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한민국과 남베트남 또는 대한민국과 미국 사이의 협정이나 실무약정에 개인의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또는 소권을 포기하거나 배제하는 취지의 합의는 포함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도 응우옌씨의 손을 들어주며 위자료 4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다만 응우옌씨가 3000만원의 지급만을 청구했으므로 이를 지급하란 판결을 내렸다.

응우옌씨는 베트남전 당시인 1968년 2월 거주하던 베트남 꽝남성 디엔안구 퐁니마을에 대한민국 국군 해병 제2여단 1대대 1중대 부대원들이 습격해 살상행위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 일로 응우옌씨와 오빠는 총상을 입었고 어머니와 언니, 동생 등은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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