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현지시간) AP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하버드 주요 운동부에 직격탄으로 작용, 존폐를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내 최대 규모인 하버드의 42개 운동부 중 다수는 외국 국적 선수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2024~2025학년도 기준 전체 운동선수 919명 중 약 21%인 196명이 외국인 선수로 확인됐다. 하버드의 전체 운동부 선수 중 약 5명 중 1명이 외국 국적자인 가운데, 조정부·하키부·스쿼시부 등은 팀 구성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동부 스프린트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남자 조정팀의 8명 중 7명이 외국 국적자다. 남자 아이스하키부에는 캐나다 국적의 득점 1위 믹 톰프슨 선수와 주장 잭 바 선수 등이 포함돼 있다. 남자 스쿼시부는 13명 중 10명이 외국인 출신이며, 여자 축구부와 골프부도 과반 이상이 외국 국적자로 구성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에 따라 이들 대다수는 앞으로 하버드에서 운동을 계속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미 국토안보부(DHS) 이날 하버드가 친(親) 테러 시위와 유대인 학생에 대한 위협을 방치했다며 국제학생비자 발급 자격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외국인의 입국과 체류를 관리할 권한을 갖고 있으며, DHS는 유학생 교류 방문 프로그램(SEVP)에 참여하는 대학들을 관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에 하버드를 해당 프로그램에서 제외시키면서 하버드는 유학생에게 비자 신청용 서류를 발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하버드 전체 학생의 4분의 1 이상인 약 6800명의 외국인 유학생은 체류 자격을 상실하거나 전학을 고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DHS는 하버드가 72시간 내에 특정 요구사항을 수용하면 유학생 수용 자격을 복원할 수 있다고 했지만 요구 목록에는 징계 기록, 시위 관련 영상·녹음 등 자료 요구가 포함돼 있다.
이에 하버드는 즉각 반발하며 “이번 조치는 법적 근거가 없으며, 대학의 자율성과 연구 사명을 침해하는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앨런 가버 하버드 총장은 성명에서 “나는 유대인이고, 하버드는 혐오에 단호히 맞서고 있다”며 “우리는 법적·도덕적 책임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버드 출신이자 민주당 소속인 마우라 힐리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자를 침묵시키기 위해 학생들과 지역 경제를 희생시키고 있다”며 “이 조치는 ‘아메리카 퍼스트’가 아니라 ‘아메리카 홀로남기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하버드를 포함해 8만5000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이 지역 경제, 연구, 창업에 기여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우려했다.
이전에도 일부 대학이 SEVP 프로그램에서 제외된 전례는 있으나 주로 인가 취소, 운영 미비 등 행정적 이유가 대부분이었다. 미국 대학협의회 관계자는 “이처럼 정치적 이유로 박탈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와 하버드 간 갈등은 지난 4월 시작됐다. 하버드는 다양성·형평성·포용(DEI) 정책을 유지하고, 친팔레스타인 시위 진압을 거부하면서 백악관과 충돌했다. 이후 국토안보부, 국립보건원(NIH) 등 정부기관이 하버드에 대한 연구비 지급을 중단했고, 이번 비자 박탈 조치는 그 연장 선상에서 이뤄졌다.